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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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노벨경제학상을 2001년 수상한 조지 에컬로프 교수가 케인즈 이후 가장 혁명적인 저작이라고 극찬한 ‘자본주의 미래’ 를 저술한 옥스퍼드대학의 폴 콜리어 교수는 21세기 가장 경계해야 할 지도자 유형으로 이데올로기의 열렬한 신봉자와 포퓰리스트를 꼽았다.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사이 산재예방 영역에서 여야 정치권이 행정부를 행동대원으로 하여 이 두 가지 경향을 거센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실용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고 이념과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심도 있는 고민과 관심은 없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못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재예방법제를 난마처럼 얽히고 뒤틀리게 만들었다. 전문가조차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해법을 제시하기가 어렵게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은 거친 규제와 처벌에 지나치게 의존한 참담한 결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산재예방행정에 많은 인원과 예산을 투자했지만 공급자 중심의 아마추어와 생색내기 행정에 머물다 보니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명확하고 모호한 규정을 두어 기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측을 하기 어려운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허수아비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이로 인해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가 판을 치고 있다. 어느 법보다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조만간 시행되면 자의적 행정은 목불인견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자의적인 행정에는 전문성과 진정성의 부족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적발 위주의 거친 법집행을 하고, 진정성이 없다 보니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저지르고 보는 ‘먹튀행정’이 반복된다.
최근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조만간 제정될 예정인 건설안전특별법을 보면 하나같이 현장작동성과 실효성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처벌과 보여주기에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지속적으로 주력해야 할 시스템·인프라 개선은 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단순 물량 투입과 처벌 강화에만 ‘몰빵’하고 있다. 말로는 진보정권이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차량과 데칼코마니다. 안전철학의 빈곤 탓이다.
산재예방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의무주체부터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법규정은 엉터리로 만들어 놓고 법적 근거도 없이 대표이사가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법률 간에 의무주체가 상충되기도 한다. 게다가 현실적 가능성과 실효성은 따지지 않고 하청은 능력이 없으니 무조건 원청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라는 식이다. 엄연한 하나의 사업체인 하청의 안전에 대한 자율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방식으로 과연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안전의 현장작동 메커니즘과 안전원리에 대해선 도대체 알려고 하지 않고 이념에만 매달리다 보니 헛발질만 하고 있는 것이다. 무지이자 무능이다.
정부 관계자는 며칠 전 한 포럼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은 구체적인 안전조치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는 식의 발표를 하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본법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하찮은 기술법으로 왜소화시키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사항으로 협소하게 생각하는 ‘몰이해’에 아연실색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집행기관이 양 법의 성격과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해 이처럼 기본적인 이해도 못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산재예방행정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간에서는 산재예방에 관한 비체계적인 법제와 무능한 집행기관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안전 일류기업이 출현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제와 집행기관이 산업안전의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기업의 안전문화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부터 안전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