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
2020년 국내에 잔존해 있는 2세대와 3세대 냉매의 양은 대략 3만 5000톤이며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6300만톤CO2eq에 달한다. 이는 218년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7억2760만톤CO2eq이므로 냉매가 차지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연 배출량의 약 9%에 해당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냉매의 연평균 생산량(제조+수입) 대비 회수 실적은 0.76%로, 1%가 채 되지 않았다. 불소계 온실가스는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에서도 빠져 있어 배출량과 감축량이 관리되지 않고, 규제도 받지 않아서 안호영 의원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의 보고 의무를 강화해 온실가스 감축의 관점에서 냉매 관리 제도를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필자가 속한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18일 환경데이터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 폐냉매 재활용 현황조사 보고서를 배포했다. 냉매는 크게 ‘가전제품, 자동차, 공조기’에 사용되는데 주요 기업들의 처리 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하반기 출고 차량부터 친환경 에어컨 냉매(R1234yf)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시기 이전까지는 수출용 차량에만 사용했고, 내수용 차량에는 HFC 계열의 R134a를 사용했다. R134a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300배 높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말 기준 2253만대이다. 그리고 이들 자동차에 충전된 냉매량은 1만138톤으로 추정된다. 이 차량들은 현재 신차로 교체되며 폐차 혹은 수출 처리되고 있는데 폐차 처리시 냉매 회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0년 폐차 등록수는 95만대, 수출을 제외하고 법적으로 회수 처리가 되어야 할 차량은 약 69만대로 약 216톤의 냉매가 회수 되어야 한다. 그런데 2020년 폐차에서 회수 처리된 폐냉매는 77톤에 불과했다. 나머지 139톤의 냉매는 대기로 누출되었다고 계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21.5만톤CO2eq에 해당한다. 현대차 그룹은 연간 내수 점유율이 줄곧 70% 이상을 차지해왔다.
가전제품의 냉매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가정용 냉장고에는 약 176g, 정수기에는 40g, 에어컨에는 1.5kg의 냉매가 충전되어 있다고 추정하는데 삼성전자는 충전용 일회용 냉매용기를 연간 7.8만개, LG전자는 6만개, 오텍 캐리어는 1만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일회용 냉매용기는 충전 후에도 용기 속에 잔여냉매 0.7kg이 남아 있어 회수 또는 파괴처리를 해야한다.
일회용 냉매충전 용기를 적정처리하는 업체는 LG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는 확인한 결과, 회수처리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보고서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연내 처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폐가전에서 수거·처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냉매만 따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의 답변을 미루어볼 때 회수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직잠할 수 있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개선방안을 찾겠다던 환경부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1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것이 전혀 없다. 여러 부처가 걸려 있어 통합적 관리 방안 수립이 쉽지 않다는 답변이다.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제도의 시급한 개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