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에디슨 전략 의구심···자금 지원 없다" 발언
회사 실사·본계약 일정 연기···딜 무산 가능성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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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 공장 정문.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 찾기 작업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본계약 체결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에디슨 측의 인수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어 해를 넘기도록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버스 제조회사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정밀실사를 지난달 30일 마무리했다. 당초 일정 대비 1주일 가량 늦어진 것이다. 에디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전체적인 매각 일정이 1~2주일씩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최종 인수까지는 본계약과 회생계획안 인가만 남았다. 다만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에디슨 측 회생 계획과 대출 여부에 대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성공적인 매각을 전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정상화에 대한 섣부른 예단이 얼마나 많은 비효율과 위험을 야기하고 성장 정체를 낳는지 잘 알고 있다"며 "사업 타당성 점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장밋빛 미래를 주장하며 정책지원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기업 생존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가리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 발언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앞서 회생 계획의 핵심으로 ‘전기차 전환’을 제시하며 쌍용차를 매출 10조원의 순이익이 나는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러한 강 회장의 비전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회장은 특히 쌍용차 전기차 전환 계획에 계속해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회장은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보다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들도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전기차 분야를 개척하고 있고,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며 "한계 상황부터 개척해야 하는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는 솔직히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에디슨모터스가 500억원으로 차량 개발이 가능하고, 내년 10종을 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해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의 검증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에디슨 측은 일단 쌍용차 인수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인수전이 더 길어질 경우 회사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쌍용차 기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작년 4월 신규 자본을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같은 해 6월에는 지배권을 포기하겠다며 새 투자자 모색을 공식화했다. 에디슨과의 ‘딜’이 더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1년 6개월 넘게 경영정상화의 시동도 켜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쌍용차는 올해 4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며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이러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디슨 측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디슨 측이 초기 인수 자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시장에서는 최종적으로 이번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2월 4세대 코란도를 선보인 이후 완전변경 신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주력 차종의 후속 모델 출시 시기가 오며 자금·기술 경쟁 관련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877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1만 1859대) 대비 26% 감소한 수치다.
ye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