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에너지시장 '블랙스완'에 철저히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09 10:14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진표 변호사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대 금융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블랙스완으로 상징되는 예측불가능한 극단적 변동성이다. 블랙스완의 본질은 ‘꼬리 위험(tail risk)’이다. 꼬리 위험은 비록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꼬리 위험과 관련한 문제는 금융시장이 꼬리 위험의 발생 확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언젠가는 금융시장의 파국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이 꼬리 위험을 과소평가한 이유는 종래 리스크 평가방법의 오류 때문이기도 하고 플레이어들의 극단적 탐욕 때문이기도 하다. 종래의 리스크 평가방법은 평균값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그에 따라 평균값 인근은 두터워 실현가능성이 높고 반면에 양측 꼬리 부분은 얇아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런데, 현대 금융시장과 같은 복잡계(complex system)의 위험 분포는 정규분포 곡선과 달리 꼬리 부분이 두터운 모양(fat tail)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엄청난 규모의 이익이나 손실을 얻거나 입는 극단적 현상의 발생빈도가 정규분포 곡선의 예측치보다 훨씬 높음을 의미한다.

탐욕은 터무니없는 리스크를 떠안도록 부추김으로써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소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MBS(주택저당증권), CDO(부채담보부증권)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의 높은 수익률에 집착하여 주택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데에 직접적 원인이 있다.

그리고 복잡계에서는 발생 가능한 최악의 사태의 규모가 시스템의 규모와 지수함수적 관계를 가진다. 시스템의 규모가 2배로 커질 때 시스템 리스크는 2배만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붕괴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 경제에까지 가공할 충격을 준 것은, 세계화의 결과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이 서로 밀접하게 얽히게 되어 미국의 금융시장 리스크가 세계 경제에 지수함수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리스크 평가의 기술적 오류,과도한 리스크 감수, 그리고 시스템의 복잡성 증가가 맞물리게 되면, 꼬리 위험이 현실화되어 금융시스템 전체가 붕괴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그저 금융시스템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에너지시장은 금융시장 못지않게 전세계적으로 얽히면서 시스템의 규모가 매우 커졌고 그에 따라 그 시스템 리스크 규모 또한 매우 커졌다. 해외 주요국의 에너지 수급 위기는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까지 큰 파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에서 에너지전환이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시장은 기상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리스크가 더 커진다면, 에너지시장의 리스크는 한층 더 커질 것이다(당장은 경제적인 에너지저장장치의 보급이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으리라 가정한 것이다).

올해 유럽 각국에서의 기상이변에 따른 풍력발전량 감소와 천연가스 공급 부족, 중국에서의 자국 내 석탄 생산량 감소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및 이상기후에 따른 수력발전량 감소 등이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초래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전환에 따라 자연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그에 반비례하여 화석에너지 의존도 또는 화석에너지 백업 수준이 낮아질수록 에너지시장의 꼬리 위험이 커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에너지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리스크 감수 측면에서는 탐욕과 다를 바 없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더욱이 각국이 돌연 강박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추구함으로써 그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온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큰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이는 에너지시장의 꼬리 위험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세계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의 복잡성 증가, 에너지시장의 자연에너지 의존도 증가와 화석에너지 의존도 감소, 그리고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불안정성은, 자칫 에너지와 큰 관련이 없는 자그만 사태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글로벌 에너지시장을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단지 에너지 가격의 급등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의 중단을 초래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임을 자각해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꼬리 위험에 대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에너지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망의 위험 요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체계 수립, 시장기능 회복을 비롯한 효과적 대응체계 구축, 위기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배려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너지전환이 안정적으로 완료될 때까지, 전통에너지 공급원에 대해서도 유연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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