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 필요 없어…40대 부사장 10명·30대 상무 4명 발탁
사장단 전부교체 이어 세대바뀜 가속…차세대CEO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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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을 마치고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9일 삼성전자가 임원 인사를 통해 30대와 40대 임원진을 대폭 확대한 것은 젊은 인재를 조기에 발탁해 차세대 경영진으로 육성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아직 기세등등하고 공급망 불안, 이 부회장 재판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거센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뉴삼성’을 꾸릴 밑그림을 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3040 세대교체 부각…37세 상무도 탄생
삼성전자는 이날 정기 임원인사에서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사장 68명 중 40대가 10명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리더가 늘었다.
최연소 부사장은 45세인 김찬우 삼성리서치 부사장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으로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로 전략 제품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았다. 여성인 무선사업부 홍유진 부사장은 49세로 폴더블폰 등 무선 제품 사용자경험(UX)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승진자다.
최고 매출을 갱신하는 반도체 사업부에서도 차기 리더로 분류되는 인물이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D램 설계 및 상품기획 전문가로 차세대 제품 로드맵 구축과 신규 고객확보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손영수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부사장, 반도체 글로벌 영업 전문가로 신규 고객 발굴, 고객 네트워킹 역량을 발휘해 파운드리 매출 성장에 이바지한 신승철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영업팀 부사장 등도 눈에 띄는 인재다.
젊은 임원이 대거 발탁됐지만 최연소 승진 기록은 유지됐다. 최연소 임원 기록은 현재는 퇴사한 인도 국적 프라나브 미스트리씨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하던 2014년 33세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 임원 중 최연소는 37세인 박성범 상무다.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전문가로 지난 2012년 입사 이후 9년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 다양성 중시 기조 이어가..5년 만에 최대 외국인·여성 임원 발탁
삼성전자는 다양성과 포용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가며 전년보다 7명 증가한 신임 외국인 및 여성 임원 17명을 발탁했다. 5년 이래 최대 규모다.
‘비스포크’ 가전제품 사업을 주도한 양혜순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지난 2017년 11월 상무로 승진한 뒤 약 4년 만인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이 됐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여성 임원이 증가했다. 오양지 DS부문 중국총괄 팀장은 중국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신규 고객 발굴,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중국 매출 향상에 기여한 공으로 상무로 승진했다. 그를 포함해 DS 부문에서 여성 신임 상무는 4명이다.
◇ 차세대 CEO 후보군 질적 확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자는 총 198명이다. 지난해 214명보다는 감소했지만 최근 인사제도 개편에 따라 부사장과 전무를 통합한 뒤 부사장 승진자를 68명 배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부사장단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임원 인사야말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이후 두 번째로 단행된 인사다. 앞서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임원 체계를 부사장과 상무 2단계로 단순화하고 승진 때 요구되는 직급별 연한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최근 인사제도를 개편했다. 나이와 연공 대신 차기 리더에 걸맞은 인재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등 질적 측면에서 인재풀을 보강하는데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부사장은 나이와 연공을 떠나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임원을 중심으로 승진시킨다"며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해 미래 CEO 후보군으로 경험과 자질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jinsol@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