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최석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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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도대체 어떤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왔길래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 했을까."
지난주 단행된 삼성의 정기 임원인사를 지켜본 재계의 한 인사가 기자에게 던진 물음이다.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냉혹한 현실’의 실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부회장은 그동안 ‘뉴삼성’ 등 그룹이 지향하는 목표점은 제시했지만, 이렇게 언론에 대놓고 어려움을 이야기 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런 발언이후 이어진 삼성의 임원인사가 가득한 위기감을 반영한 ‘파격’으로 이어졌다.
실제 2022년 삼성 임원인사를 뜯어보면 시장의 전망과는 많은 차이가 보인다. 재계와 대부분 언론들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본인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대표이사 3인을 유임할 것으로 점쳤지만 이들은 모두 교체된다. 또 임원인사에서도 시대적 요청으로 일부 세대교체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3040세대를 전면에 배치한 폭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과정에서의 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 부회장은 5년만에 이뤄진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11일간의 미국 방문에서 주류 정치권 인사를 만나고 모더나·버라이즌·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겼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그는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부회장이 두 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기간 삼성전자는 굵직한 이슈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는 24일(현지시각 23일)에는 미국 현지 제 2파운드리 공장 건설 지역을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최종 확정 발표했다. 지난 5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화 된지 반년만의 일이었다.
중동 출장 기간 동안에는 하루 건너 하루 파격적인 인사가 나왔다. 출장을 떠난 다음날인 7일에는 대표이사 3인 전원을 전격 교체하는 사장단 인사를, 9일에는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를 대거 발탁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
현지 투자의 최종 결정과 파격적인 인사 모두 이 부회장의 ‘위기 의식’ 발로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시대적 상황과 글로벌 환경은 무섭게 변화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 때문이라는 풀이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전반을 장악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저감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까닥했다가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게다가 글로벌 상황도 만만치 한다. 미국과 중국의 G2간 대결이 벼랑 끝에서 펼쳐지고 있고, 중국과 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 전쟁 위험마저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이런 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직접 체험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혁신 경영’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바탕으로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단행해 체제 정비를 마칠 예정이다.
이를 마치고 나면 당장 이달 중순경에는 글로벌전략회의를 통해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뉴 삼성’을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말 정기 인사 뒤에 진행되는 이번 회의는 내년도 사업계획과 맞물려 있어 더욱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뉴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현장에서 찾은 해답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