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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사진=AP/연합) |
13일 미 경제매체 CNBC는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벤처스(BEV)를 통해 매출과 고객사가 아예 없는 맹그로브 리튬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하면서 게이츠의 투자 동향을 조명했다. BEV는 2015년 게이츠가 주도해 설립한 청정에너지 펀드다. 맹그로브 리튬은 투자금을 활용해 미주 지역의 리튬 정제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최초의 상업 규모 공장을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억만장자이자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어왔던 게이츠가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자 업계에서는 그의 투자 방향을 주목해왔다. 이달 초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핵융합 신생 기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는 최근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18억달러(약 2조 125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이번 투자는 게이츠를 비롯한 글로벌 큰손들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BEV는 또 최근 SK가스가 투자계약을 맺은 수소기업 씨제로, 철 소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개발업체 폼에너지에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게이츠가 세운 원전기업 테라파워는 첫 작품으로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소도시 케머러에 345㎿ 규모의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에 들어간다. 테라파워는 2024년 착공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번 맹그로브 리튬에 대한 게이츠의 자금 조달은 ‘틈새 투자’라는 평가가 따른다. 현재 시장에서 저평가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전기차 시장과 함께 동반성장이 가능한 미래지향적인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맹그로브 리튬의 사드 다라 최고경양자(CEO)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보급률이 70%를 넘으려면 고순도 리튬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의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목표가 무산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부상으로 리튬 부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의 앤드류 밀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규모와 크기의 증가가 2030년까지 리튬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리튬 수요가 2020년 35만 4000톤 LCE(lithium carbonate equivalent, 탄산리튬 환산 기준)에서 2030년까지 257만 톤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 리튬 매장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배터리 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리튬이 한정되었기에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고순도 배터리 등급 리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지만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적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셀린 뷰셸 화학 및 광물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배터리급 리튬화합물을 생산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기술의 수요가 높다"며 "배터리 잔기차에서의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능력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 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칩은 구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수급"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은 내년 봄 인도를 앞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사전예약 물량이 20만 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와중에 제기됐다. F-150 라이트닝의 연간 생산능력은 10만 대에 불과하지만 두 배에 달하는 예약 물량이 접수되자 포드는 더 이상 사전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팔리 CEO는 "(자사의) 전기차 수요가 완전히 초과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를 더 만들고 싶어도 배터리 수급 문제로 인해 생산량을 늘리기엔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업계가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관련된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차 수요는 리튬처럼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예정된 공급량을 웃돌아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전망 속에 세계 배터리·리튬 산업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글로벌 X 리튬 & 배터리 테크 ETF(LIT)는 서학개미 미국 ETF 보관규모 순위 5위에 올랐다. 2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ETF로, 세계 최대 리튬 채굴업체인 앨버말의 비중이 가장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