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망가진 원전생태계 되살리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2.15 10:28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2021121501000564200023441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어처구니없게도 탈원전 정책은 허구의 영화 한 편에서 시작돼 어설픈 이념으로 강화됐다. 이 비현실적 정책이 2017년부터 지속되며,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가 망가졌다.

원전 산업계는 빈사 상태다.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로 일감이 사라진 기업들은 휴·폐업했다. 이 와중에 수많은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3만 7261명이었던 원자력산업 분야 인력이 2018년 3만 6502명, 2019년 3만 5469명으로 줄었다. 원전 기업의 휴·폐업은 원전부품 공급망 훼손으로 이어져, 가동 원전 안전뿐만 아니라 원전 수출경쟁력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원자력 연구계와 학계도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연구개발에서도 도그마로 자리 잡아, 이에 어긋나는 연구개발은 살아남지 못했다. 국내 건설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원전 연구는 중단되거나 지원이 대폭 축소됐다. 수십 년 각고 끝에 자립한 원전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다양하게 활용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원자력의 불투명한 미래를 목격한 중·고생은 원자력 전공을 회피하고, 원자력 전공 대학생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저탄소 에너지 원자력의 가치를 재인식시켜 주고 있다. 원자력의 친환경성과 전력공급 안정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최근 여러 나라가 원자력 이용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50%까지 줄이기로 했던 프랑스는 원전에 대한 투자 확대로 선회했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1/3가량을 해상풍력으로 채우고자 했던 풍력 강국 영국도 원전 비중을 높이려 한다. 중국은 향후 15년간 원전 15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자력 이용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이 남긴 상흔이 너무 깊다. 수많은 원전 기업이 사라졌다. 겨우 살아남은 기업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원자력 인력과 조직이 뿔뿔이 흩어지고, 시설과 장비가 뜯겨 나갔다. 원전부품 공급망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단순히 탈원전 정책 포기 선언만으로 즉시 5년 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정부는 이를 빠르게 치유하고 경쟁력을 복원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첫째,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 폐기 선언은 불투명한 원자력 미래에 방황하던 종사자와 학생들의 마음을 잡아줄 동아줄이 될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는 원전 기업에 일감이 즉시 주어져, 원자력 조직과 인력을 정비하고 시설과 장비를 돌리게 하여 원전부품 공급망을 상당 부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원자력을 정치 중립적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 지난 5년간 원자력은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다. 이 와중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은 구속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부는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앞에서도 탈원전 도그마를 고수하며 비현실적인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내놓아 비난을 자초했다. 어설픈 정책의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앞으로는 원자력을 우리 삶과 경제에 필수적인 에너지로 인정하고, 탄소중립 핵심 이행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셋째, 원전산업 구조개편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앞으로 확대될 세계 원전시장에 대비해 국내 원전부품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수많은 원전 기업의 휴·폐업으로 원전부품 공급망이 크게 훼손되었다. 따라서 살아남은 기업이 사라진 기업의 역할을 대체하고 국내 원전부품 공급망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게, 기업간 통합 등 원전산업 구조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원자력 연구개발 지원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는 원자력 연구개발 단계에 따라 주관지원부처를 구분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는 연구기획부터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걸리므로, 연구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그 기간 중 일관된 정책 집행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원화된 지원체계로 인해 연구개발 중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등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성과의 지속적 산출을 위해서는 기초원천 단계부터 장기적 호흡을 갖고 지원할 수 있는 부처가 원자력 연구개발 전 과정을 주관하는 일원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