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사업자, 고정가격계약 쏠림현상 탈피…전력 판매 선택 폭 늘어
정부, 발전사업자 지나치게 매달렸던 고정가격계약 물량확대 부담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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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단 본사 전경. 한국에너지공단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하반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결과 평균 낙찰가격이 3년 만에 현물시장 평균가격보다 낮게 나왔다. 고정가격계약과 현물시장의 가격 간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됐다. 고정가격 계약 입찰에서 탈락하더라도 현물시장에서 전력을 헐 값에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현물시장 가격이 높아지면서 고정계약 물량의 확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재생에너지 판매 시장은 지난 3년간 비정상으로 지적됐다. 20년 장기 안정적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혜택이 주어지는 고정가격계약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현물시장 가격보다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발전사업자들이 현물시장 가격에 비해 비교적 높은 고정계약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현물시장은 외면받고 고정계약으로의 쏠림현상은 두드러졌다.
그러나 최근 현물시장 가격이 높아져 고정가격계약 가격을 웃돌면서 비정상적으로 형성됐던 재생에너지 시장의 정상화가 일단 이뤄졌다는 평가다.
현물시장 가격이 오른 것은 최근 전력시장 도매가격(SMP)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재생에너지 가격은 SMP에 보조금 성격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을 더한 것이다.
SMP는 대체로 화석연료 발전의 연료비 변동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재생에너지 현물시장 가격의 최근 상승세는 화석연료비의 오름세를 타고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화석연료 발전단가의 상승에 덩달아 혜택을 보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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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 사이 현물시장 신재생에너지 전력판매 가격. (단위:1MWh/원) 자료: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 |
한국에너지공단이 17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낙찰자 선정 결과에 따르면 평균 낙찰가격은 1MWh당 14만3120원이다. 이는 이날까지 기준으로 이번 달 현물시장 가격 18만970원보다 20.9%(3만7850원) 낮은 금액이다. 지난 2018년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이후 3년 만에 현물시장 가격이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높게 나왔다. 당시 RPS 고정가격계약 평균낙찰가는 1MWh당 17만3986원이고 현물시장은 18만8790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평균 낙찰가격 1MWh당 13만6129원보다 5.1%(6991원) 오르기도 했다.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직전 계약 대비 가격이 오른 것은 2017년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이는 최근 현물시장 가격이 오르면서 사업자들이 RPS 고정가격계약의 입찰가격도 비교적 높게 제시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물시장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가팔라 RPS 고정가격계약의 평균 낙찰가격을 넘겨버렸다.
현물시장 가격은 지난 6월 1MWh당 11만4694원에서 이날 기준 이달 18만970원으로 57.8%(6만6276원)이나 올랐다.
지난 3년간 RPS 고정가격계약이 가격이 현물시장 가격보다 비싸면서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이 크게 줄었었다. 지난 2018년 12월 현물시장이 전체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3%였지만 올해 3월 5분의 1 수준인 12.5%로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현물시장 가격이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높은 게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며 "현물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사업자들이 고정가격계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물시장이 위기를 맞자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대태협) 등 사업자들이 정부 앞 시위를 하면서 RPS 고정가격계약 물량을 크게 늘려왔다. 지난 2018년 RPS 고정가격계약 총 물량은 600MW에서 올해 4250MW로 7배 넘게 늘어났다.
대태협 관계자는 "현재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현물시장으로 갈지 RPS 고정가격계약 시장으로 갈지 고민하는 사업자들이 많다"며 "이번 현물시장 가격 역전은 SMP가 크게 오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사업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물시장 가격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과 SMP로 구성되는데 실제로 이중 SMP의 오름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통합 SMP는 지난 6월 1MWh당 8만3110원이었는데 이달 14만1380원으로 70.1%(5만8270원) 올랐다. SMP는 재생에너지 비용과는 상관없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에 영향을 받는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