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신재생발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망중립성 문제 등 여전히 상임위 계류중
- 연내 통과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승일 사장 등 한전 내부선 SPC 설립 등 통해 추진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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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가 내년부터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가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가 또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지부진하자 관련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SPC 방식 추진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상정 후 세 차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번번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한 차례도 상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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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한전은 법안의 국회 통과와는 별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위한 물밑작업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전은 22일 국내 해상풍력 관련 기업 실무자 초청해 국내 최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개발·건설·운영 경험을 공유하는 등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서남해 실증단지 다목적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잇는 한국해상풍력은 한전과 발전 6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정부는 2034년까지 20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해 세계 5위의 해상 풍력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상 풍력 발전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연구원에 따르면, 1.5GW의 해상 풍력을 설치하려면, 서울시 면적(605.2㎢)의 절반 이상인 342.5㎢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20GW의 해상 풍력 발전시설을 건설하려면 서울시 면적의 7배가 넘는 면적의 바다(4566.7㎢)가 필요한 셈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참여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상 풍력 발전은 특히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민원에 부딪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사업들보다 한전이 더 낫다는 논리다. 북미나 유럽의 선도 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도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실제 한전은 최근 ‘2022~2026년 중장기 경영목표’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인프라 확대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 밸류체인 형성을 위해 한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2026년까지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을 1102.9㎿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월간 300킬로와트시(kwh)를 사용하는 가구 기준으로 약 40만가구가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우선 학교와 국·공유지 등에 태양광발전을 대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염해(소금바다) 농지 집적화단지 시범사업과 해상풍력 연계 해상 태양광 개발사업 등도 추진한다. 해상풍력은 2030년 2800㎿ 규모 설비용량 구축을 목표로 내년부터 사업을 실행한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은 21.8%로 2018년 41.9%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26.8%에서 19.5%로 축소된다. 반면 신재생 발전은 6.2%에서 약 5배 많은 30.2%까지 비중을 높인다. 2050년에는 석탄발전을 아예 전면 폐기할 예정이다.
한전은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개최한 ‘에너지공기업 탄소중립 간담회’에서도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전력망 선제적 구축 등을 통해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를 적극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소규모 사업자들은 물론 기존 발전공기업들의 기회박탈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전면폐지가 결정된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데 한전이 참여하면 아무래도 발전공기업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한전에게도 돈을 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송·배전망도 돈이 안 되고, 판매도 요금이 묶여있으니 발전으로 수익을 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이 의원은 이어 "정부에서 요금을 묶어놨으니까 그럼 발전 사업에 진출을 해서 발전과 판매를 하고, 대신 송·배전망 부분은 망 중립성 문제가 있으니 자회사를 만들던지 해서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발전공기업들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물론 판매도 허용해서 서로 경쟁시키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전 측도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뛰어들더라도 기존 발전업체들은 그 과정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며 "기존 발전업체들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