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전기위원회, 지난달 27일 올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 인가하면서 이례적 권고
- "앞으로 정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따라 시장기능 반영 요금 제도 마련할 것"
- 강승진 위원장 "정치적 고려 없이 시장경제 논리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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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 발전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당정청의 주장에 전기요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우회적으로 이 주장을 반박한 정황이 확인됐다.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회의를 열고 한전의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 두 차례 인상안을 의결했다. 다만 이례적으로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시장기능을 반영한 합리적인 전기요금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권고’했다.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가 시장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뜻이다.
강승진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권고 내용에 대해 "말 그대로 원칙에 따라 시장 가격을 반영하라는 것"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나 국내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서 전기요금은 정치적 고려 없이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서 즉각 변동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원전이나 에너지전환에 따른 인상은 없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고, 위원회는 순수한 전문가들 입장에서 인상 요인이 있으면 그건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서 요금이 신축적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권고한 것"이라며 "우리 학계에서도 수많은 학자들이 얘기하는데 안 지켜지고 있으니 위원회 입장에서 원칙론을 반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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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은 그동안 문 대통령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 ‘탈원전·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을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2017년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 정책 당정 협의’에서 "탈원전 해도 전력수급 문제 없고 전기료 인상 없다"고 말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지난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비용은 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존 원전 관련 사후처리 비용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는 올해 1분기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하며 이 같은 공약을 지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전환의 핵심인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저전원인 탈원전·탈석탄을 하면 연료비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많이 돌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발전 단가가 높아져 전기요금이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발전 효율성 대비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그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금은 고스란히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청구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연료비에 연동해 전기요금을 제때 조정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정책방향인 물가안정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보다 상위개념인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나스닥 상장사인 한전에 정부가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적자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전은 이미 지난해에만 4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전기사업판매자의 공급약관의 인가 등의 심의, 경쟁촉진 및 불공정 행위 규제, 소비자 권익보호, 독점부문의 시장력 남용 규제,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에 대한 감시 등이다. 현재 전기요금 산정은 한전의 요청이 오면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 전기위원회에서 심의·의결 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확정·통보하는 구조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