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LNG·석탄·신재생 고공행진
高원자재값, 산업계 비용 상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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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추시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에너지시장이 연초부터 심상찮다. 국제유가·천연가스(LNG)·석탄 등 화석연료의 가격이 일제히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에너지가격 상승은 산업계에 직격탄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장기침체에서 회복세를 보이던 산업계의 새해 경영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당장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가뜩이나 불안조짐을 보이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대표 공공요금으로 정부가 그간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눌러왔던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의 인상은 이미 예고됐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산업계 전반의 비용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반 국민의 전기료 부담 가중을 넘어 경제 활성화의 기관차인 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악영향이다.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가격까지 높아지면 최근 산업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캠페인도 힘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의 기반인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과 전체적인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이유로 시장에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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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간 유연탄과 유류, LNG 발전을 하는데 들어가는 연료비 단가 추이. (단위 : kWh/원) 자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
18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유연탄과 유류, LNG 발전 연료비 단가가 지난해 1월 대비 각각 78.36%, 68.96%, 124.32% 올랐다. LNG 발전 비용은 1년 사이에 무려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이달 △ 유연탄 연료비 단가는 kWh당 79.32원으로 지난해 1월 44.47원 대비 78.36%(34.85원) △ 유류 연료비 단가는 236.45원으로 지난해 1월 139.94원 대비 68.96%(96.51원) △ LNG 연료비 단가는 158.08원으로 지난해 1월 70.47원 대비 124.32%(87.61원) 올랐다. 유가는 현재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REC 가격도 최근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락세를 유지했던 것과 완전 딴판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시 발급되는 인증서로 이를 판매해 사업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REC 평균 가격은 지난해 1월 1kWh당 39.03원에서 7월 29.54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때까지 하락한 이후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열린 REC 현물시장에서는 REC 가격이 1kWh당 40원대를 넘기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이날 REC 현물시장 가격은 최고가가 1kWh당 47,00원으로 상한가에 이르렀다.
에너지가격이 오르면 전기료 인상 압박에 이어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 경로를 상회해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석유류제외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후반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연료비가 오르면서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유보를 결정하면서 동결되기도 했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 것은 공급물량이 충분하지 못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올해 공급량을 회복하지 않으면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해외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친환경 기조 확대로 미국 셰일 기업의 신규 투자가 지연되고 있고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증산량도 목표에 미달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주요 기관은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각에서는 원유 공급 제약이 심화될 경우 유가가 올해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글로벌플래츠 지난 17일 ‘2022년 에너지 전망’을 발표하며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의 기본 토대가 1분기 중 마련돼 올해 말까지 이란산 원유 공급량이 140만 b/d(하루당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이란산 원유가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OPEC 회원국들의 생산능력은 한계점에 이르러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REC 가격이 올라간 이유도 이는 사업자들이 REC 판매량을 줄여서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REC 현물시장에서 매수물량이 11만개에 이르렀지만, 매도물량은 5000개 수준에 머물기도 했다.
정부는 발전사들이 구매해야 할 REC양을 정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을 9%에서 12.5%로 3.5%포인트나 올해 올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REC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졌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REC 가격이 오를 때까지 판매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