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식 씨이엘관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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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식 씨이엘관세사무소 대표 |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6445억달러에 달함으로써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반갑기 짝이 없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수출이 연이어 뒷걸음질을 면치 못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세계 시장이 움츠러든 악조건 속에서도 종전 사상최고치였던 2018년의 6049억 달러 기록을 3년만에 갈아치웠으니 이런 성과를 이뤄낸 수출역군들의 노고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수출은 한국의 경제기적을 일군 원동력이면서, 지금도 여전히 국가경제의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내수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치닫던 2020년에도 수출은 경제의 더 큰 추락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경제는 수출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웃돌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하려면 지난해와 같은 수출호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수출의 중요한 제도적 인프라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수출업체들이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음달부터 발효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포함, 58개 국가와 18개 FTA를 체결하고 있다. FTA는 체결국가와의 무역장벽 최소화 및 무역증진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목적이기에, 협정의 내용을 분석하고 시시각각 바뀔 수 있는 무역정책·세율 등의 최근 동향을 반영하여 무역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예컨대 상호대응세율 적용 및 FTA별 상이한 원산지결정기준의 활용에 따라 상대국으로의 수출품목 및 수출량이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업체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기민하게 정보를 수집해 상세히 안내해야 한다.
둘째,철강·자동차·반도체 등 15대 수출주력 품목에 더하여 생활밀접형 제품에 대한 관심도 제고와 무역환경 변화에의 대응도 중요하다. 중소·중견기업의 역할도 커서 화장품·반도체 제조장비·의약품 및 식품류 등의 분야에서 특히 활약이 두드러졌다. 제조업분야의 강화된 수출경쟁력을 바탕으로 벤처기업 및 중소상공인 등이 펼친 활약과 한류 열풍을 활용한 수출전략이 주효했다.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품목분류(HS Code)에는 우리나라 주도로 마련된 평판디스플레이를 포함 반도체 소자·3D프린터·드론 등 225개의 부호가 신설되었다. 수출상대국 세관에서의 품목분류 분쟁이 줄어들고, 고세율을 적용받는 품목으로 분류되어 피해를 당하는 수출사례를 예방 및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대외무역법상 특정거래형태의 무역인 위·수탁 가공무역, 외국인도수출, 중계무역 등에 역점을 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의 현지진출과 외국기업의 국내진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특정거래형태의 무역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시의적절한 정책이 수반된다면 기업들의 활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넷째, 수출 상대국의 기술장벽(TBT) 등 비관세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대응자세가 요구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세계시장은 최혜국 대우와 내국민 대우, 그리고 기술장벽에 대한 사전 통지가 원칙이지만,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무역정책변경 및 기술장벽이 갈수록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과 기업의 대응이 요망된다.
마지막으로 아시아권 시장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유엔은 방글라데시·라오스 및 네팔에 대해 2025년 최빈국(LDC)에서의 졸업을 결의했다. 전자상거래무역 활성화와 함께 동남아 시장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는 추세에 더하여 아시아권의 국가별·품목별 시장정보를 활용한 수출기업의 신시장 개척과 신상품 판로 확보를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
선박 체선과 공급망 교란은 차츰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최대 수줄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 미·중 갈등, 글로벌 긴축기조 가속화와 그에 따른 금융·자산시장 불안정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악조건속에서도 수출 증가세가 견조하게 이어지려면 수출기업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것과 함께 탄력적인 정책지원과 맞춤형 대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수출경쟁력에 대한 과신을 떨쳐내고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를 찾아내 빈틈 없이 보완하는 노력을 정부와 수출업계에 당부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