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전 수은 부행장 추천…"이사회내 해외전문가 필요"
수은 노조추천 이사 탄생, 법제화 등 분위기 변화
KB금융 노협 시도 성공하면 민간금융사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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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올해도 주주제안 사외이사에 도전한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앞서 한국수출입은행이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탄생시켰고,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바뀌었다. 민간금융사에서도 처음으로 주주제안 사외이사의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노협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김영수 전 수은 부행장을 주주제안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김 전 수은 부행장은 수은에서 플랜트금융부장, 여신총괄부장, 기업금융본부장, 중소중견기업금융본부장 등을 맡았고,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에서 투자사업본부장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KB금융 노협은 김 전 부행장이 해외분야에서 강점과 경험을 지닌 해외사업 전문가인 만큼 KB금융의 해외사업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사진에 반드시 합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KB금융 노협은 지난 18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경쟁사가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합류시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KB금융에는 경영진 결정을 보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전문가가 없다"며 "김 후보는 KB금융의 해외사업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고 했다.
반면 KB금융 측은 이사회 내 이미 해외사업에 강점을 지닌 전문가가 많다는 입장이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의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며 "특히 미국 국적의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시도하는 것은 2017년을 시작으로 이번이 5번째다. 2017년에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를, 2018년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추천했는데 주주동의를 얻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2019년엔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으나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손해보험 법률자문을 수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했다. 2020년엔 우리사주조합이 주도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추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KB금융 노조는 민간 금융사 중에서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그 영향으로 인해 KB금융 노조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으나 여러 번의 시도에도 결국 무산되며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수은에서 금융권 처음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탄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은 노조가 추천한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수은의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에서 선임하는데,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주주제안 사외이사의 긍정적인 신호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제화도 이뤄졌다. 금융 공공기관 중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5곳이 대상이다.
단 민간금융사인 KB금융에서 주주제안 사외이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주들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주주들이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주주제안 사외이사의 경우 노사 관계의 대립이 이사회 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좋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 의견이 주주들 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 기관의 의견도 중요하다.
류제강 KB금융 노협 의장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일고 있다"며 "다시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은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주주이자 직원 대표로서 회사가 해외사업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