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거대한 가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22 08:00
111111W1EF1EF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식인’,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석학’으로 꼽히는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가 신작 ‘거대한 가속’(Post Corona)으로 돌아왔다.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IT 공룡 ‘빅4’의 비즈니스 모델과 숨은 확장 전략을 낱낱이 분석한 첫 번째 저서 ‘플랫폼 제국의 미래’가 베스트셀러에 오른지 3년여만이다.

신간에서 갤러웨이는 팬데믹이 초래한 가장 결정적인 영향으로 ‘속도’를 주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부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급류가 이미 거대한 속도로 들이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판도’와 ‘고등교육 시장’, ‘공공 시스템’이라는 3가지 분야에서 10년 빨리 찾아온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간다.

2020년 8월 애플은 미국 증시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그해 3월에 있었던 충격적인 글로벌 증시 폭락 이후 고작 5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애플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42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기간의 엄청난 상승이었다.

한쪽에서 쾌재를 부르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이 진행됐다. 예약(booking),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항공사(airlines), 크루즈 및 카지노(cruises and casinos), 호텔 및 리조트(hotels and resorts)를 뜻하는 ‘BEACH’ 종목의 주가는 같은 기간 평균 50~70% 하락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을 단순히 ‘펜데믹 시기에 유리한 비대면 업종은 살아남고 대면 업종은 추락한 것’으로 분석한다면 이는 매우 단편적인 통찰이다. 갤러웨이는 지나칠 만큼 빠르고 가혹하게 전략 스펙트럼을 바꾸는 ‘과잉 수정’, 가치와 프라이버시가 교환되는 세상에서 ‘개인정보의 프리미엄화’, 손쉽게 비용 구조를 바꾸는 ‘자본의 경량화’가 가능한 기업은 어떤 업종이든 갑작스런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짚는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에어비앤비나 우버가 경쟁자들과 달리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나, 유통업체 월마트가 유통 공룡 아마존의 독주에도 여전히 성장하는 것은 모두 이 요소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경제 분야를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승자의 독식과 패자의 도태는 더욱 무자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생존은 중요한 목표임에 분명하다. 누구든 지금은 과거에 배운 것을 잊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자리 잡기 위한 변신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갤러웨이는 팬데믹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혼란을 조망하며, 혁신과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과 정부가 효율적으로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개인은 성과주의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혁신과 공공의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권력자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정부는 부와 특권으로 무장한 계층 대신 정말로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며, 공적 지원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데 쓸모 있는 사다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구제, 중산층의 몰락과 커져가는 불평등이 뜨거운 화두가 돼가고 있는 한국에서도 귀담아 들을 만한 조언이라는 평가다.

제목 : 거대한 가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앞에 다가온 역사의 변곡점
저자 : 스콧 갤러웨이
발행처 : 리더스북

yes@ekn.kr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