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 건설현장 '패닉'…연휴 앞당기고 기간 늘리고 '공사 셧다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1.27 16:40

현장 근로자 안전교육 시간 확대 등 교육 강화

'처벌 1호는 피하자' 설 연휴까지 현장 중단도

"근본적인 재해 예방 위해선 법 보완 필요해"

건설현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안전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는 맞아요. 오늘 아침 안전교육 시간이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어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인 27일 건설현장에서 만난 현장 근로자들은 안전 교육 지침이 평소 대비 강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찾은 서울 내 건설현장은 중대재해법 이전과는 달리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건설사 규모에 따라 중대재해법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형 건설사는 설 연휴까지 현장 공사를 중단하기로 나섰지만 대다수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설 연휴를 앞둔 이날과 28일 이틀 간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진행을 결정한 건설사들은 안전교육 시간과 횟수를 더 늘리거나 현장 소장이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된다.

건설현장2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서울 영등포구 내 A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 관계자는 "설 연휴에는 쉬지만 이번 주는 공사를 진행하라는 방침이 내려왔다"며 "오늘 쉬지는 않지만 대신 오늘 아침에 현장 근무자들은 현장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전교육을 새롭게 받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입구에는 현장을 지휘하는 인원이 배치돼 있었고 래미콘 차량 2~3대가 계속 드나드는 등 공사가 한창이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B 복합시설 현장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일부가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1호가 될 수 없다며 설 연휴 이후까지 공사를 중단한다고 들었는데 오늘(27일) 쉬는 건 사실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우리 현장은 불법적으로 공사를 진행한 게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시행과 관계없이 평소처럼 일하고 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법 시행 후 달라진 게 있다면 평소에 실시하던 15분짜리 안전교육이 오늘은 30분으로 늘어나긴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 현장 외에도 대다수 중견·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건설현장은 중대재해법 첫날에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휴일인 설 연휴에는 공사를 일괄 멈추지만 이번 주는 공사 중단 없이 현장을 운영한다"며 "다만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 3일과 4일은 현장 사정에 따라 공사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이날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나섰다. ‘중대재해법 처벌 1호’는 피하자는 취지에서 ‘숨 고르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붕괴 사고 이후 건설업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설 연휴를 활용해서 27일부터 쉬면서 안전 점검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법 시행에 앞서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임명하거나 드론·로봇 등을 건설 현장에 도입해 인명 사고를 방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기존 품질안전실을 안전혁신본부로 격상했고 롯데건설은 안전보건부문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인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경영진의 법적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들이 CSO를 임명하고 법 시행 첫날인 이날과 28일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단순히 법망을 피하기 위한 회피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 내 한 건설현장의 래미콘 기사는 "법 시행 이전에도 현장 근로자들은 본인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늘 안전에 힘썼다"며 "이번에 처벌 기준이 강화되니까 건설사 대표들만 전전긍긍하면서 서둘러 공사를 중단하는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기술 측면에서 드론·로봇 등 무인화 기술을 활용해 안전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교육을 더 철저히 하고 근로자 스스로 안전에 더 힘쓰는 것이 재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CSO 임명하면서 처벌에 대응하고 있는데 사실 재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아니다"라며 "처벌 기준이 너무 높아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처벌 대상을 더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등 법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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