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성큼...고민 빠진 美연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14 11:57
CLIMATE-CHANGE/BANKS

▲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는 국제유가가 세계 경제의 또 다른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먹구름이 동시에 덮치고 있는데 유가 상승세가 이런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진정’과 ‘경기 회복’을 염두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배럴당 70달러선에 머물렀던 국제유가가 이달말 100달러를 찍을 경우 올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물가가 0.5%포인트 가량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 수출업체들의 호황은 지속되는 반면 기타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비용은 계속 오르는 동시에 구매력은 위축돼 세계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유가가 이번 3분기에 100달러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 골드만삭스는 소비자물가지수가 60베이시스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해 특히 신흥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올 상반기 세계 경기 성장률이 현재 예측치인 4.1% 대비 4분의 3 이상 급감한 0.9%로 내다본 바 있다. 그 결과 세계 인플레이션은 은행이 예측한 3% 보다 두배 넘게 뛴 7.2%에 머무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과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몸담았던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일쇼크는 현재 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그 결과 세계 성장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최근에 보고서를 내면서 "물가상승률이 현재 몇 십년래 최고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전망 또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불확실한 와중에 회복 국면을 맞은 세계 경기가 가장 마지막에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이라며 "그러나 실제로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는 세계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산하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오를 때마다 내년 경기 성장률이 0.1%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과거 미국의 ‘셰일 붐’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 수준이 0.3%∼0.4%포인트였던 것을 고려하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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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문제는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3.6% 급등하면서 8년 만에 최고가인 93.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3.31% 급등한 94.44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의 제재 등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 감소분을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대(對) 러시아 제재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예정된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산유량은 목표치를 꾸준히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와중에 유가마저 앞으로 계속 오를 경우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 긴축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국가들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 등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경기 회복세를 유지시키면서 물가 상승을 통제하려는 연준 등의 중앙은행들에게 유가 상승은 또 다른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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