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비상’…ESS 보급 속도 10분의 1로 둔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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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수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 속도가 1년 새 10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ESS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장치다.

햇볕이나 바람 등에 의존,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ESS 보급의 속도가 갑자기 크게 느려진 것은 ESS의 안전성 문제에 재생에너지 유통의 막힘 현상 등 부작용이 겹치면서 ESS에 대한 정부 지원이 사라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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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용량 변화 추이. (단위: MWh)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전기설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ESS 설비용량은 9863MWh로 지난 2020년 9503MWh에서 단 3.8%(360MWh)만 증가했다. 지난 2020년(9503MWh)에는 2019년 총 ESS 설비용량 6637MWh보다 43.2%(2866MWh)로 급증한 것과 비교할 때 증가율이 10분의 1에 그쳤다.

ESS 보급 속도가 이처럼 뚝 떨어진 것은 신규 ESS 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혜택 등 정부 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로선 ESS에 대한 ESS 가중치 폐지로 ESS 설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이 없어져 더이상 ESS 설치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ESS를 설치해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하고 다시 전력을 내보내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다. ESS에 저장했다가 파는 전력은 REC 가중치를 4.0을 받아 REC 수익을 많이 얻는 혜택을 받았다.

일반 부지에 설치된 태양광이 보통 REC 가중치를 1.0을 받는다. REC 가중치가 4.0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인 태양광보다 REC가 4배 더 많이 발급된다는 것이다.

ESS에 이처럼 혜택을 준 이유는 ESS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태양광은 햇빛에 풍력은 바람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전달하는 계통망은 전력이 일정하게 들어오지 않으면 고장이 날 수 있다. 전력 생산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계통망에 고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는 ESS에 전력을 일부 저장해놓고, 발전량이 적을 때는 ESS에 저장한 전력을 계통망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정부는 실제로 ESS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지난 2016년 ESS에 REC 가중치를 2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이를 몇 차례 연장해 지난 2020년까지 REC 가중치를 지원하다가 결국 더 이상 신규 ESS 사업자들은 REC 가중치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부는 ESS 사업자들에게 더 이상 REC 가중치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보다 많은 REC 수익을 얻기 위해 ESS의 과도한 충·방전을 해 전력계통에 기여하는 점이 제한적이고 화재 위험도 있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전력을 생산 즉시 판매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높은 REC 가중치를 받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SS에 담아뒀다가 판매했다.

이에 따라 전력 유통상의 잠김현상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ESS의 과도한 충·방전이 이뤄져 잇단 화재 등 ESS 안전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ESS는 계통망에 부담을 덜기 위해서 신청하는 데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이 REC 수익을 위해 계통망과 상관없이 ESS에 전력을 최대한 많이 저장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ESS 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총 34건이 발생해 산업부는 ESS 충전률을 제한한 바 있다. 대신 산업부는 대규모 공공 ESS를 구축을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ESS를 설치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이 모인 한국ESS협회의 박동명 협회장은 "ESS 충·방전 시간을 잘 조정만 해도 계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결국 화재사고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 ESS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ESS 화재사고의 원인을 빠르게 밝히고 재도약해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ESS 산업이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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