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에쿼티 등 FI 투자 조건에 상장 기한 없고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상장 흥행 미지수 ‘신중모드’
▲작업자가 이마트 P.P 센터 ‘자동화 소터’에 상품을 투입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최근 상장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상장 준비에 속도를 냈던 SSG닷컴은 최근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내용과 달리 상장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SSG닷컴은 최근 상장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앞서 올해 상장을 목표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원래대로라면 SSG닷컴은 올 상반기 중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상장 시기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법인 출범에 앞서 2018년 10월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당시 이들 사모펀드는 5년 후인 2023년 상장을 조건으로 SSG닷컴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과 전망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회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장을 내년까지 해야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기간 제한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SSG닷컴이 재무적 투자자들과 최근 3000억 투자 유치 과정에서 수정된 계약 내용에 따르면 SSG닷컴은 오는 2024년 4월 30일까지 △2023년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 이상 달성 △IPO위원회가 선정한 복수 IB의 IPO 가능 의견 제출을 이행의무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SSG닷컴의 거래액은 2019년 2조8732억원에서 2020년4조737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엔 총거래액 기준 5조7174억원을 기록하며 이커머스 업계 평균(15.7%)보다 높은 신장률(22%)을 기록했다. 여기에 앞서 SSG닷컴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SSG닷컴이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 긴축정책 등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침에 따라 상장 흥행에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LG그룹의 배터리 제조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에 성공 후 거래 첫날, 단숨에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했다. 이에 공모주 청약 시장을 이어갈 다음 타자로 거론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예 상장을 연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 연휴가 끝난 뒤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기업공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결국 SSG닷컴을 비롯해 상장을 준비하는 다른 기업들도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긴장하며 좀더 관망하는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