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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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학장 |
수년전 박병원 경총 명예회장이 한 강연에서 현대자동차가 국내에 승용차 조립공장을 세운 것이 1996년부터 가동한 아산공장이 마지막이라고 한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제조업 일자리는 1991년의 500만명을 정점으로 수출이 계속 늘어났음에도 2021년에는 43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기업의 제조공장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도 동반해서 나갔기 때문이다. 해외에 제조기반을 둔 수출기반형 경제성장이 국내경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극히 제한되었기에 내수경기가 부진한지 이미 오래 되었고, 이로 인한 일자리 부족은 내수기반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졌다.
일자리부족은 다시 자영업자 양산을 불러일으키고 자영업 시장의 포화는 자영업 폐업율을 끌어 올리는 악순환을 거듭해오고 있다. 정권마다 이름만 바뀐 이민버전인 중동재진출, 신남방정책을 내놓았다가 질타를 받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 지난 두 정권에서 보아온 장면이다.
역대 정권 모두 청년들에게 창업을 장려해 왔다는 것은 이제는 국내에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회추구형 창업은 좋은 창업이고 생계형 창업은 나쁜 창업이라는 프레임 구도로 스타트업 붐을 일으키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좋은 창업이고 식당창업은 나쁜 창업이라는 이분법은 나쁜 프레임 씌우기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창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이고, 나쁜 창업은 일자리도 못 만들면서 가계를 파탄시키는 창업이다. 스타트업은 가계를 파탄시키지 않고 자영업은 가계를 파탄시킨다는 오해는 창업자의 나이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스타트업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하기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부양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는 반면에 생계형 창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생계형 창업도 말 그대로 생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좋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국민이 늘어난다면 사회가 얼마나 희망으로 가득 찰 수 있겠는가.
필자가 통계청의 중소기업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니 숙박음식점업체당 평균 종사자수가 2.1명에서 10년이 넘으면 2.4명, 20년을 넘기면 2.7명으로 늘어났다. 이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전국의 70만 음식점 모두가 10년 이상의 장수 음식점으로 성장한다면 21만개의 일자리가, 20년 이상 장수한다면 42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는 1991년 이래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 70만개를 반 이상 보충할 수 있는 숫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자영업의 대표격인 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을 차리면 곧 망할 사업이라는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최근 등장한 ‘음식점 허가총량제’ 등과 같은 정책안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종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에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장수할 경우 고용유지를 넘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잠재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부정적 시선에서 기인한 시장진입 억제정책은 식당창업이 갖는 잠재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제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지우고 억제가 아닌, 장수하게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도 소매업과 음식점업 창업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청년들의 가게는 자영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이태원 클라스’라는 드라마는 청년 자영업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기존의 자영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자영업이 단지 생계형 수단에 국한된 것이 아닌, 꿈 그 자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스타트업은 좋은 창업, 자영업은 나쁜 창업이라는 프레임 씌우기는 그만 되어야 한다. 기회추구형 창업이든 생계형 창업이든 지속가능한 일자리만 만들면 좋은 창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