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 포항으로"…갈등 일단봉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27 11:03

포스코홀딩스 본사·미래기술연구소 내년 3월까지 포항 이전
유력 대선 후보들까지 나서 압박… 지역 의견 전격수용 발표
산업계 "주주결의까지 한 경영판단인데 '정치논리'로 꺾인셈"

최정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포스코가 오는 3월 2일 지주사 체제로 본격 출범한다. 지주사(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 갈등이 일단락 되면서다.

27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지역 여론의 강력한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고, 오는 2023년 3월까지 지주사 소재지를 경북 포항으로 옮기고 미래기술연구원을 수도권과 포항 2곳에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번 포스코의 결정 뒤에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박도 있었던 만큼 관치 논란과 함께 좋지 않은 선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硏 포항에 둔다"

포스코는 신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본사와 산하 미래기술연구원을 포항에 두기로 포항시와 전격 합의했다. 당초 여러 여건상 두 조직(포스코홀딩스 본사·미래기술연구원)의 입지를 서울로 고집했던 방침을 정치권과 지역 여론에 밀려 꺾은 모양새다. 연구조직인 미래기술연구원은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서울과 포항에 두는 이원체제로 구축하기로 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있는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별개로 포스코그룹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철강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춘 기술연구원과 달리 인공지능(AI),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미래기술 연구에 특화한 조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지주사의 소재지는 이사회 및 주주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할 것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는 등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향후 포항시와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 구성해 상호 협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 지주사 입지 놓고 대선 후보들까지 압박

포스코의 이번 결정엔 포항시 및 지역 여론과 정치권, 대선 후보들의 거센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 정치 논리가 산업 논리를 누른 셈이다.

지난 1월 28일 포스코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설립이 의결된 이후, 포항 지역에선 ‘포스코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오해가 지속됐다. 특히 포항 지역의원과 여론 등은 포스코 지주사가 서울에 설치될 경우 인력 및 세수 유출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포스코는 포항에서의 인력 유출은 거의 없으며 세수 유출 또한 없음을 줄곧 강조해왔다.

포스코홀딩스로 소속을 옮기는 인력은 200여명 뿐이며 지주사 출범으로 인해 포항과 광양 인력 유출이나 지역 세수 감소는 전혀 없고, 사업회사 본사는 여전히 포항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사업장 소재지와 면적에 비례해 부과되는 법인지방소득세 세수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인세의 경우 중앙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이어서 지주사 전환과 별개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까지 나서 포스코를 압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4일 ‘포스코 지주회사는 포항에’라는 단문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게시했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포스코가 지주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은 지방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역시 23일 포항을 방문해 "포항을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 산업계 "민간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침해한 사례"

산업계 일각에선 정치권의 이런 행보를 두고 ‘경영 침해’라는 지적이다. 이미 포스코가 지난 2000년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는데 아직도 정치권의 의견이 더해지는 것 자체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의 관계자는 "할말을 잃었다. 주주와 이사회의 의결로 결정된 경영상 판단을 두고 정치권이 개입해 훼방 놓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냐"며 "사실 이들이 민간기업의 경영상 판단에 의견을 더한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어쨌든 선례를 남긴 셈이 됐으니 다른 기업들 역시 앞으로 기업 이전 등을 고려할 때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 역시 "대선 후보들이 기업인과 만남 자리에선 기업 규제를 개혁해주겠다느니 말은 하면서 정작 민간기업 문제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훈수를 두고 있는 꼴 아니냐"며 "기업 경영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아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