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탈원전 포기? 원자력계 "원전 축소 계획 그대로, 선거용 기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2.28 15:29

"원전 대폭 축소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은 전혀 언급 안해"



일각 선 퇴임 후 월성1호기 조기폐쇄 등 조사 고려한 발언이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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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향후 60년 동안 원자력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에너지업계에서는 "원전 축소 계획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진정성 없는, 선거를 앞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28일 "탈(脫)원전 정책 실패가 확실시 되자 슬그머니 한 발 빼는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럽발 에너지 위기나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 강화’ 발언 등이 이어지자 은연 중에 압박을 받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50년까지 최대 14기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탈원전’ 기조에서 ‘원전 강화’로 회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한전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제유가 등 연료비 폭등으로 6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데다 올해는 1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원전업계를 비롯한 에너지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에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노 위원은 "문 대통령은 향후 원전을 대폭 수정하기로 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수정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진정성도 없고, 단순히 선거를 의식한 발언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6%까지 줄이기로 했다.

또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신한울 3·4호기가 빠지는 등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되지 않은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은 9차 계획 상 2034년까지 신규 및 수명연장 금지 원칙에 따라 신한울 1·2호기가 준공되는 2022년 26기로 정점을 찍은 후 2034년까지 17기로 줄어들 예정이다. 설비용량은 현재 23.3GW(24기)에서 2034년 19.4GW(17기)로 축소된다.이 계획대로라면 2034년 전원별 설비(정격용량 기준) 구성은 신재생(40.3%), LNG(30.6%), 석탄(15.0%), 원전(10.1%) 순이 된다. 문 대통령의 ‘향후 60년 주력 전원’ 발언이 무색한 이유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지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60년 후엔 가동할 원전이 4기 정도 밖에 안된다"며 ""본인이 한 마디 하면 국민들이 그대로 믿을 것이라 생각하는, 국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에는 원전에 대해 나쁘게 생각했는데 국내외 상황들로 인해 생각을 바꾸게 됐다거나 하는 설명 한마디 없이 갑자기 대선을 열흘 앞두고, 한전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자 언제 탈원전을 했냐는 시치미를 떼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5년 동안 한전과 원전 업계가 입은 피해에 대해 사과 한 마디도 없어 이번 발언이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퇴임 후를 고려한 계산이라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계 인사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경제성 조작 등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퇴임 후에 자신도 소환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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