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업계 "대선 이후 신규 원전 가동 서두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즉각 재개, 설계수명 연장도 검토 필요"
- 일각선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영구정지한 원전 재가동 사례 없다는 부분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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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의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당초 계획돼 있던 신규 원전 가동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새 정부의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국제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가격급등세가 계속되고 전력 등 에너지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조기폐쇄한 월성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거나 앞으로 속속 설계 수명에 도달하는 원전을 연장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2년 단위로 수립토록 된 15년 중장기 계획으로 당장 올해 말까지 세워야 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년∼2036년)에 이같은 방안을 반영하는 등 전력수급계획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제안됐다.
◇ "원전가동 잇단 연기에 전력수급 불안 불 보듯…에너지가격 폭등·탄소중립 추진 등에 대체 전력 확보도 쉽잖아 "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8일 "최근 국제 에너지 오름세에 원전 추가 투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원전의 수명은 평균 60년, 최대 80년까지 연장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탈석탄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이 중단되더라도 신한울 3·4호기 완공과 기존 원전수명 연장이 이뤄질 경우 전력 감소량의 상당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에너지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치솟는 연료비에 전력도매가격(SMP)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국면에 이런 고유가 등 에너지가격 상승까지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발전 단가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원전 활용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현 정부에서 예정된 원전 가동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원전 24기 중 10기가 폐쇄된다. 이대로라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부실이 심화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탄소중립·탈석탄 정책 기조에 석탄발전을 대폭 줄이기로 한 가운데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무한정 늘리기도 어려운 것으로 업계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효율이 낮고 아직 단가도 높아 안정적인 전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새 정부에서 전력수급 안정의 비상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에 지난달 25일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는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 발생, 국내 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되었는데,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진 만큼 가능하면 빨리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며 그동안의 탈원전 기조를 뒤집고 원전 조기 가동을 주문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월로 예정됐던 신한울 1호기 상업운전은 오는 9~10월로 미뤄질 예정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나머지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의 상업운전도 앞으로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조기폐쇄된 월성1호기 원전 재가동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성1호기는 당초 올해까지 가동할 수 있었으나 현 정부 들어 2018년 6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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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력거래소] *2022년은 3월 6일까지 평균 |
◇ "월성1호기 재가동, 기술적으로 가능…정권 교체 직후 수명연장, 관련법 개정 필요"
원전업계에 따르면 기술적으론 월성 1호기는 재가동은 가능하다. 하지만 법적, 정치적으로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월성 1호기는 현재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빼낸 상태다. 연료를 주입하고 기본 정비만 하면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연료 재주입과 기본 정비에는 1년 안팎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절차상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 재가동을 의결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안전성 심사부터 전문위원회 검토, 원안위 회의 등을 거쳐 최소 1년여의 안전성 심사도 받아야 한다. 영구정지한 원전의 재가동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안이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 모든 절차상 문제가 해결돼 재가동이 이뤄지더라도 운영 가능 기간이 촉박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월성1호기는 핵심 부품을 교체한 상황으로 재가동에 기술적 무리가 없다"면서도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지금 핵연료를 다 뺀 상태이기 때문에 핵연료를 다시 만들어서 장전하고 하는 데까지 한 20개월 정도 소모를 하고 나면 사실상 계속 운전 허가 기간이 다 도래해버리기 때문에 사실상 계속 운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에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월성 1호기의 운전 허가 기간은 2022년까지다. 대선 직후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추가 수명 연장을 허가해야 재가동이 가능하다"며 "반대로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는 물론 정권이 연장될 경우에는 재가동을 위한 행정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신한울 1호기는 박근혜 정부 당시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17년 4월 상업 운전이 목표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안정성 평가, 정부 허가 지연 등으로 수립된 8차 계획에서 2018년 12월로, 9차 계획에서는 2021년 7월로 미뤄졌다. 여기에서 또 1년 넘게 지연된 것이다. 산업부 예상대로 올해 10월에 시운전을 끝내 정식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기존 계획보다 5년 6개월이 늦어지는 셈이다.
신한울 2호기도 7차 계획에서는 2018년 4월 가동 예정이었지만, 1호기와 마찬가지로 8차, 9차 계획을 거쳐 올해 5월로 일정이 밀렸다. 1호기의 사례를 봤을 때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고리 5·6호기도 당초 지난해 10월(5호기)과 올해 10월(6호기) 상업 운전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이 일시 중단되고 공론화 조사와 내진 성능 향상 추진 등으로 일정이 29개월 지연됐다. 9차 계획에서 5호기는 2023년 3월, 6호기는 2024년 6월 상업운전이 예정됐지만 각각 2024년 3월, 2025년 3월로 또 연장됐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