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에너지분야에 몰린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15 17:35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 지속 의지 여권 해석 속 업계선 냉소적 반응



"지역분산 에너지산업 영향력 행사나 정치인 경력관리 기회에 인기"



'탈원전 폐기' 등 에너지정책 기조 바꾸려는 尹 정부 계획 차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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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말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에 소위 ‘알박기’ 인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脫)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쳐온 현 정부와 정책 기조를 달리하는 차기 정부 출범 후 정책 집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 정치권과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에너지 공공기관 기관장 또는 상임감사 자리에 대거 임명했다. 탈원전주의자로 알려진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임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환경단체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으로 정의당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를 지낸데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김제남 이사장 외에도 다수의 에너지공기업의 사장 또는 이사장 등 기관장이나 상임감사가 현 정부에서 다른 직책을 맡다가 넘어온 인사들이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을 지냈고,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도 시민단체(환경운동연합 등)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상임이사)에 발탁된 후 이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임 신재생에너지센터장도 정치권(서울 중구청 정책보좌관)과 시민단체(경실련 환경개발센터 간사 등)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임 상임감사는 민주당 제주도당 사무처장과 전략기획국장, 민주연구원 운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여권 인사다. 지난달 25일 임명된 김명수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도 유사한 사례다.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 상임감사는 부산영어방송재단 임원추천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임기말 알박기 인사가 에너지분야에 집중 낙하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정권의 임기에 관계 없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 에너지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에너지 업계의 처우가 다른 곳에 비해 좋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정치권 또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매력을 갖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특히 에너지 공공기관의 경우 각 지역으로 분산돼 있는 만큼 일부 정치인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인연을 가진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에서 경력 관리 및 지역 정치 기반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사실상 정부 에너지정책을 최전방에서 이끌어가야 하는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 사장들의 임기는 2년 이상 남았다. 이들 공기업의 경우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적자에도 불구하고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적극 추진해지만, 윤석열 당선인 측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속도조절을 시사한 터라 혼선이 예상된다.

현재 윤 당선인이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에너지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근 전체 공공기관에 알박기 인사 논란이 확대되자 윤 당선인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우리와 협의해달라"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나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선임된 임원 15명에게 사퇴를 재촉하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역이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새 정부 출범 후 사장단도 교체되는 게 관행이었다"면서도 "이번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있고 해서 내부에서도 지난해 선임된 사장님들이 3년 임기를 다 채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초 한전을 비롯한 한수원, 발전공기업 사장단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상태에서 일괄 사표를 낸 바 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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