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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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
치열했던 대선에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현 정부가 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런 결과를 낳은 이유야 수백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기업정책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의 기업정책은 애초부터 친기업적이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고 손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앞에서는 규제완화와 기업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뒤돌아서면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양산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을 꼽는다면 ‘기업규제3법’이라고 할 수 있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법 등 기업의 지배구조, 소유구조를 더욱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들이었다. 개정 상법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 등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내용이 가득하다. 대주주 또는 경영자가 기업을 통해서 개인의 이익을 불법적으로 추구한다는 편향된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니 주주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한해 버리는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도 그리 다르지 않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는 지분율을 상향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등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를 과거 어느 정권보다 강화했다. 특히 지주회사 관련 규제의 경우 현 정부 이전에는 정권의 색깔과는 관계없이 완화하는 추세였다.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복잡한 소유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주회사를 권장했고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그런데 현 정권 출범 이후 갑자기 정책방향을 바꿔서 지주회사는 나쁜 제도라는 미명하에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기업들은 강화된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순응하기 위해 지분율을 조정하는 것을 ‘꼼수’라 규정하고, 꼼수를 부릴 경우 다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으름장을 놓으니 기업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주52시간 근무제, 잘못이 없더라도 사업장내 사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 규제가 쓰나미처럼 몰려온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의 문제점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사한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기업만 족쇄를 차고 세계 유수의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국내 투자보다는 규제가 느슨하거나 없는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다 보니 국내 양질의 민간 일자리는 줄어들고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공공일자리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차기정부에서는 현정부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차기정부의 기업정책 방향은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에게 최대한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거나 잘못된 것이 있을 때만 개입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규제라는 것이 정부가 국민과 기업 활동에 개입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경영 개입을 줄이려면 기업 관련 규제를 줄여야 한다.
규제개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행 규제개혁 시스템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규제비용관리제의 개편,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 절차의 개선, 이미 사문화되어 있는 규제 일몰제 활성화,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양산 제한 등 개혁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규제 시스템이 재정립된 이후 그 동안 막혀 있던 개별적 규제 개선과제를 하나씩 확실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규제개혁을 강조해 왔다. 차기정부 출범과 동시에 과감하면서도 신속하게 규제개혁이 추진되어 대한민국 경제가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