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앞두고 기업은행 ‘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1 16:43

윤종원 행장, 내년 1월 임기 만료

'디스커버리 사태' 펀드 피해자와 합의 난항



새 정부 출범시 ‘현 정부 인사 연루’

디스커버리 사태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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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기업은행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이 50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 정부 들어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의혹, 낙하산 인사 등 구설수가 있었던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은행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윤종원 행장, 내년 1월 임기 만료...거취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은 단연 IBK기업은행장의 거취다. 2020년 1월 취임한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취임과 동시에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취임과 동시에 ‘10년 연속 내부출신 행장’이라는 관례가 깨지면서 은행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심했다. 청와대는 2010년 23대 조준희 전 행장부터 권선주 전 행장, 김도진 전 행장까지 10년간 기업은행 내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발탁했는데, 2020년 초 윤 행장 선임을 기습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다. 그간 전례를 봤을 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중도에 행장이 교체되는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새 정부 출범과 윤 행장의 임기 만료까지의 시차가 크지 않은 만큼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윤 행장 역시 임기 만료와 함께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다른 판매사들은 합의했는데...기업은행, 디스커버리 보상 ‘난항’

특히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사와 달리 기업은행은 아직도 펀드 피해자들과 합의를 찾지 못하면서 펀드 피해자를 중심으로 윤 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작년 5월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대해 투자원금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분조위에 부의된 2건 모두 기업은행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기업은행은 분조위 조정안을 토대로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다수의 피해자들이 기업은행과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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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액 가운데 아직까지 합의되지 않은 펀드 잔액은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연일 기업은행을 향해 적극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임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대책위는 오는 24일 기업은행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디스커버리사태로 인한 기업은행의 책임론을 제기할 방침이다. 대책위 측은 "금감원이 산정한 배상비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펀드 배상비율은 원금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이미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만큼 펀드 피해자들에게 이자라도 더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는 김도진 전 행장 재임시절 판매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윤 행장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 금융감독원은 1년 전 김 전 행장에 대해 디스커버리펀드 등 부실펀드를 판매한 건으로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즉 김 전 행장은 이미 펀드 판매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만큼 피해자 보상에 대한 부분은 윤 행장에게 달렸다는 의미다.


◇ 트랙레코드 없는 신생 운용사...새 정부 출범, 디스커버리사태 ‘2라운드’


그러나 만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업은행이 펀드 투자자들과 원만하게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디스커버리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 사태와 달리 디스커버리사태는 현 정부 인사가 다수 연루됐다는 점에서 기업은행과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할 당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설립된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생 운용사였다. 즉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이 운용사의 펀드를 믿고 판매할 만한 트랙 레코드(운용 기록)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해당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권유 혹은 판매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 해당 펀드에는 현 정부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는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이다. 더 나아가 장하성 중국대사 부부는 2017년 7월 약 60억원을 해당 펀드에 투자했으며, 비슷한 시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근까지 장하원 대표를 추가 소환해 조사하는 등 현재까지도 디스커버리사태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은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헤지펀드 업계 1위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사들이 해당 펀드를 판매할 만한 트랙레코드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기업은행이 해당 펀드를 판매한 것은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없는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금감원 분조위에서 권고한 비율 이상을 배상할 경우 배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금감원에서 나온 배상비율 이상으로 배상해주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은행 내부적으로도 윤 행장에 대한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은 연말로 갈수록 윤 행장의 거취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측은 "분조위에서 결정된 권고안을 바탕으로 현재 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지원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윤 행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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