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해외자원개발 전략, 틀부터 다시 짜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3.24 10:00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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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석유와 니켈 등 주요 에너지와 광물의 국제가격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이미 이들 가격은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었으며, 또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자원개발에서 거의 무방비 상태로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삼척 깊이의 물이 얼기 위해서는 추운 날 하루로 되지 않는다(三尺非一日之寒)"라는 격언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해외자원개발에서 저유가 시기나 고유가 시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투자를 확대해 왔다. 미국이 아이젠하워 행정부 때부터 외교적으로 공들여 놓은 콩고에서 세계 1위의 코발트 광산 인수를 중국이 해낸 것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하여 새로운 틀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우선, 자원개발의 선두 주체가 공적섹터가 아닌 민간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 일본도 1980년대까지는 국가 주도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였지만 실패를 경험한 후 INPEX와 민간상사 체제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민간의 경우 단기성과에 희비하지 않고 장기 투자가 가능할 수 있으며, 또한 자원보유국의 거버넌스에 딥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매년 국정감사와 공기업 경영평가를 받는 공기업의 경우 해외자원개발의 단기성과에 매달리거나 중요 전략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정부나 정치권은 공개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기 보다는 기술투자, 금융 및 세제지원, 그리고 자원보유국과의 외교나 고급 정보 제공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자원 대보유국인 미국조차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에너지 안보와 해외자원 외교 관련해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정부부처와 정보기관의 그림자 지원이 물밑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한국의 자원개발 외교는 국제정세와 냉혹한 자원경쟁에서 상당히 순진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자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난다 하더라도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강화로 니켈, 리튬과 같은 전략광물의 중요성은 증가할 것이며 각국의 자원무기화로 인해 추가적인 광산 인수도 지극히 힘들어질 전망이다. 아프리카의 콩고에서도 최근 중국 회사(차이나 몰리브데늠)의 코발트 광산의 독점 경영에 콩고 법원이 제동을 걸었는데, 이는 자국의 자원무기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치열해지는 자원경쟁에서 정부는 외교와 정보전, 그리고 네트워킹을 통한 정밀한 지원에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며 직접 자원개발 외교 행보에 나서는 서투른 과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탄소중립과 연계한 자원개발 정책이 필요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K택소노미에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필수 광물 자원개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배터리와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해외자원 개발도 ESG 성과로 인정해줄 때 자원개발 기업의 금융지원이 용이해질 수 있다. 현재 K택소노미에는 에너지저장장치로서 리튬이온배터리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의 필수재료인 광물자원까지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경쟁에서 EU나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지극히 초보적인 상태인 우리나라에서는 택소노미 단계에서부터 정책적으로 배려해주는 차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탄소중립 관련하여 온실가스, 보다 정확히는 감축되는 온실가스도 중요한 자원인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는 국외 감축분 3350만 톤이 포함되어 있는 바, 앞으로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권 확보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해외조림과 중소규모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발굴을 위해 지금부터 투자노력을 배가하는 동시에 정부와 민간의 입체적인 기획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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