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유일 여성 사외이사 2명 선임
성 다양성 확대...지배구조 다변화 포석
윤열현 사장 용퇴, 신창재-편정범 2인 체제로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기한 연장...2차 중재 고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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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교보생명이 작년부터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가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 간에 주주간 분쟁으로 답보상태에 놓인 가운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주력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교보생명은 업계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선임했으며, 기존 각자대표 체제에도 변화를 주며 회사의 질적, 양적 성장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 여성 사외이사 2인 신규선임...신창재-편정범 2인 체제로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와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문 대표는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교수,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관련 투자, 대중 문화예술 분야 등의 안목을 보유한 것이 강점이다. 이 소장은 현재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으로 재직 중인 만큼 ESG 관점에서 교보생명에 새로운 경영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선임으로 교보생명은 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갖추게 됐다. ESG 관련 지배구조 관점에서 이사회의 성(性) 다양성을 확대하고, 지배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교보생명은 최근 전사적으로 ESG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에 지속가능ESG위원회와 현업 부서장이 참여하는 ESG실무협의회를 새로 꾸린 것이 대표적이다. ESG 경영 활동이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교보생명은 기존 각자 대표체제에도 변화를 줬다. 2019년부터 사장직을 역임했던 윤열현 사장이 용퇴하면서 기존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신창재 회장, 편정범 사장 등 2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 거래소, IPO 예비심사 기한 무기한 연장
이렇듯 교보생명이 다방면에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달리 오랜 숙원이었던 IPO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작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교보생명은 최근 3개년간 매출액, 자기자본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우량 기업으로, 기업 계속성 심사가 면제돼 심사 역시 기존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됐다. 당초 1월 중순께는 예비심사신청서에 대한 결론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현재 교보생명에 대한 심사기한을 무기한 연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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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
작년 9월 국제상사중재원(ICC) 판정부가 신 회장과 어피너티 간에 국제중재에서 사실상 신 회장 손을 들어줄 때만 해도 IPO를 둘러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 ICC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가 제출한 풋옵션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정했다. ICC 중재는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판정은 사실상 신 회장이 승리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어피너티가 지난 2월 말 ICC에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중재를 신청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어피너티가 다시 ICC에 중재 판정을 신청한 이상 거래소 입장에서는 해당 판정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심사기한을 무기한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피너티가 두 번째로 신청한 국제중재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가 교보생명의 상장을 승인할 경우 최대주주 경영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의 평가다.
◇ 어피너티 경영권 분쟁 해소시 상장 절차 재개될 듯
다만 거래소가 교보생명에 대해 ‘상장 예비 심사 미승인’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긍정적이다. 만일 미승인 결론을 내릴 경우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해소된 이후 다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상장 기한 연장의 경우 어피너티와의 경영권 분쟁 이슈만 해소되면 교보생명의 상장 절차는 즉각 재개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도 당초 지난해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 볼트EV 리콜로 상장 시기가 연기됐다"며 "상장심사 연기는 거래소가 상장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흔히 생기는 일로, (회사 입장에서는) 미승인보다 훨씬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달 1일 교보생명의 기업 가치를 부풀려 허위 평가 보고서를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