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차기 정부 규제 개혁, 관건은 속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4.12 10:10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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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차기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새정부는 민간중심의 기업주도 성장을 강조하면서 과감한 규제개혁 등을 그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신발속 돌맹이 규제개혁’이라는 현장 중심의 세세한 규제개혁을 중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업 현장에서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신발속 돌맹이 규제도 중요하지만 기업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큰 덩어리 규제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분야가 신산업 규제 개선이다. 승차공유, 원격의료, AI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산업과 관련한 규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가 불가능하고, 환자와 의료인간 원격의료도 금지되어 있으며 인공지능(AI) 활용을 저해하는 개인정보규제가 다른 외국에 비해 심한 편이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헬스케어 서비스 등 규제로 인해 시작도 못하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산업들이 산적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규제로 인해 신산업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이상해 보이지만, 그 이유는 이해 관계자간 갈등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타다 사태에서 보았듯이 기존 택시기사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타다 서비스가 사실상 금지되어 버렸다. 신산업 규제 해소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간의 갈등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범국가적 갈등 조정 기관 설립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수도권 규제의 재정립이다. 수도권규제는 1982년 처음 시행되었고 수도권 내에서의 공장, 각종 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면서 별도의 환경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문제는 1982년 수도권 규제가 도입될 당시와 2024년 지금의 상황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과 인력의 이동이 국제적으로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수도권에 대한 기업투자를 막는다고 해서 지방으로 투자가 이전되지 않는다. 지방으로 가기보다 해외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낮은 임금, 느슨한 규제, 정부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 등 세계에 많은 국가들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은 거대한 배후 수요, 양질의 인력 수급 등 장점이 있어 투자 매력이 있지만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외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게 기업으로서는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오늘날 수도권 규제는 기업의 국내투자를 해외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국내 산업기반을 약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해법으로는 수도권 규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경기 북부의 수도권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규제를 풀기 시작해 부작용을 살펴보면서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을 점차 줄어나가야 한다.

세 번째로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규제 개선이다. 2020년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허용되었다. CVC는 기업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가 뒤늦게 허용된 것이다. 다만 지주회사가 CVC를 완전자회사 형태로만 보유할 수 있고, CVC 펀드가 받을 수 있는 외부자금 비중을 4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래서는 지주회사 CVC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따라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비지주회사 CVC에 적용되지 않는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외에도 노동규제 개선, 기업지배구조 규제 및 기업집단 규제 개선 등 이미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핵심적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규제들은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일부 규제개선 과제를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 신정부는 정권 초에 경제적 파급력이 크고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덩어리 규제를 중심으로 획기적인 규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규제개혁의 동력은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권 초기 속도감 있게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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