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연구기관·시민단체 "코로나 이후 불법도박 시장 확대"
마사회·체육진흥공단 등 사행기관 앞장서 불법사이트 단속
"농식품부. 근절대책 없이 효과책인 온라인 발매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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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마장 관중입장 금지기간에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무관중 경마가 열리고 있는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불법도박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행산업 시행기관의 적극적인 근절 움직임과 달리 정부와 감독기관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사행산업 시행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언론사와 공동개최한 ‘2021 사행산업 중독치유 포럼’에서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561건의 도박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 비대면 상황에서 온라인 도박 문제가 이전보다 더 심각해졌고,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7월 성균관대 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강원랜드 카지노에 장기 체류하던 도박중독자 20명을 심층면접조사한 결과, 면접에 응한 도박중독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카지노 인근 빈 상가건물에 PC를 여러 대 설치하고 PC방처럼 운영한 불법 인터넷 도박장이 증가했고, 인터넷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증언을 공개한 바 있다.
사행산업 시행기관의 적발 실태에서도 불법도박 급증을 알 수 있는 유의미한 조사들이 나왔다.
사행산업 시행기관의 하나로 경마를 주관하는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총 1만 118건의 불법경마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총 5407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린 성과이다.
경륜·경정·스포츠토토를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지난 2020년 전년대비 288% 증가한 7351건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단속하는 실적을 올렸다.
사행산업계는 코로나 이후 불법도박 사이트 단속 건수가 증가한 것은 시행기관들의 단속시스템 개선 효과도 있지만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경마장·카지노 등 휴장으로 합법 사행산업 이용객이 불법도박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풍선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중독예방시민연대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온라인 불법도박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
형사법무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단속건수 등 여러 간접증거를 보면 코로나 이후 불법도박 이용자가 분명 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불법도박은 투자를 가장하거나 게임 형식을 띄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유형의 불법도박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독예방시민연대 관계자도 "코로나로 합법 영업장이 휴장된 이후 일본 경마 등을 이용한 불법 경마나 불법 온라인 카지노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카지노·경마·경륜·스포츠 등 합법 사행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불법도박 외에 불법 하우스, 사행성게임장, 웹보드 게임, 온라인 즉석게임 등 불법도박 증가세가 심각한데 정부의 대처는 매우 미온적"이라고 지적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 이후 불법도박 증가 수치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 사감위가 3~4년을 주기로 정기발표하는 ‘불법도박 실태조사’ 최근 보고서가 지난 2019년 12월에 발간된 만큼 다음 보고서는 빨라야 올해 말께나 나오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사행산업 시행기관들의 불법도박 근절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마사회는 불법경마 사이트 자동추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발건수를 높이고 전자카드 등 건전구매 수단을 활성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사감위의 ‘2021년도 사행산업 시행기관 건전화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같은 평가에서 경륜·경정 모두 A등급을 받았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경륜·경정에 온라인 발매를 도입해 소액구매 건전문화 정착에 기여한 것이 A등급 획득에 한 몫 했다.
마사회는 불법경마 이용객을 합법시장으로 흡수하고 IT 기술을 활용해 과몰입·청소년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2년째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사행산업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감위와 같은 규제기관이 아니라서 불법도박 단속에도 전혀 나서지 않으면서 마사회가 불법경마 감소 차원에서 추진하는 온라인 발매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행산업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적 인식이 큰 만큼 경륜·경정 등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2년째 주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주 농식품부가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하는 정부 입법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오보"라며 "현재 온라인 발매 도입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하고 있을 뿐 온라인 발매 도입에 관해 논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마업계 관계자는 "정부 교체기에 공무원들이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결정을 미루면서 진행과정을 공개하길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행산업 시행기관이나 사감위보다 정부가 소신을 가지고 앞장서서 온라인 발매 등 불법도박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kch0054@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