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수요 전망 '하향 조정'에도 국제유가 하락은 제한적...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4.13 12:15
UKRAINE-CRISIS/USA-OIL

▲(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OPEC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MOMR)’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는 하루 367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제시됐는데 이는 기존 예상치보다 48만 배럴 낮은 수준이다. 이에 OPEC은 올해 세계 원유 수요는 종전 전망치인 1억 91만 배럴에서 1억 5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OPEC은 "경기 둔화는 원유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며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9%로 하향했다.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서의 갈등 여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등이 지속되면서 수요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기 성장률을 4%에서 3.8%로 낮췄고 유로존의 경우 3.9%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8.1%의 경기 성장을 보인 중국도 올해에는 5.3%로 낮춰졌고 러시아의 경우 서방의 제재 등으로 인해 2% 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OPEC의 이러한 예측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올 하반기에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전제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6월 넘어서도 지속된다면 세계 경기 성장은 0.5% 넘게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OPEC은 또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 등도 글로벌 경기 성장에 하방 압박을 가하는 또 다른 요인들이라고 강조했다.

OPEC이 경기 성장 둔화를 근거로 원유 수요를 하향 조정했다는 점은 회원국들이 적극적인 증산에 나서지 않을 또 다른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OPEC과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7월 회의에서 2020년 합의됐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5월에는 기존 방침보다 소폭 상향된 하루 43만 2000 배럴을 증산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국제유가가 올 들어 30% 넘게 급등하면서 미국 등은 증산 규모를 늘리라고 압박했지만 OPEC+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계획대로 석유를 추가로 생산해왔다.

심지어 OPEC 회원국들의 증산량은 합의된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MOMR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의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2856만 배럴로, 2월 대비 증가폭이 5만 7000배럴에 그쳤다. 특히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33만 1000배럴 어치 원유를 생산하도록 할당됐지만 지난달 산유량은 전월대비 5만 4000배럴 오른 1026만 2000배럴에 불과했다.

이처럼 OPEC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이 저조하자 글로벌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도 유가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관리회사인 누버거 버먼의 하카 카야 원자재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러시아, 중동 등에서 공급이 제한되면 수요 감소 전망에도 유가는 결국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 시장에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보면 석유는 갈수록 귀해질 것이란 관측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의 비축유 방출 결정과 관련해 주요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OPEC은 전날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현재 세계 원유시장의 위기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추가 증산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중국의 코로나19 규제가 다소 완화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7% 오른 배럴당 10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5일 이후 1주일 만에 또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마감한 것이다. 상하이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오던 도시 봉쇄를 전날부터 통제구역, 관리통제구역, 방어구역 등 3단계로 나눠 일부 해제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그에 따른 손실분인 하루 700만 배럴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OPEC이 전날 경고한 점도 유가 하단을 지지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에너지가 제재를 받는다면 원유 시장은 상당한 충격에 취약하다"며 "이러한 리스크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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