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가구 둔촌주공 분양 지연 불가피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도 분양 ‘연기’
분양 지연에 공급 가뭄·전세 시장 타격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있던 분양 일정을 연기하면서 서울 지역 주택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신규 단지의 분양 일정이 미뤄지면서 입주 일정도 연기됨에 따라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은 물론 인근 전세 시장도 매물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 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은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수년째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둔촌주공은 재건축을 통해 기존 5930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85개동,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가구 수가 늘어나게 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는 별칭도 붙었다. 해당 단지는 일반분양만 해도 4700여가구로 많아 수년째 공급 가뭄을 겪고 있는 서울 주택 시장에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둔촌주공 시공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오는 15일 공사 중단을 예고한 데다 조합 측은 공사 중단 시 시공단과의 계약 해지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면서 분양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강북구 재개발 대어로 불리는 동대문구 이문1·3구역도 올해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으나 연기될 전망이다.
이문1구역은 오는 5월 분양을 앞두고 있었으나 지난달 가구 수를 2904가구에서 3069가구로 늘리는 등 설계 변경 절차를 거치면서 분양 일정이 한 차례 미뤄졌다.
이문휘경뉴타운 내에서도 규모가 큰 이문3구역은 이달 분양을 목표로 했으나 시공사 교체 검토 등의 이유로 분양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문3구역은 4321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현재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착공 중이다. 하지만 지난 1월 HDC현산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조합에서 시공사 교체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문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분양 일정은 변동성이 커서 분양 예정일을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3구 내 분양 단지로 관심이 높은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도 지난 2월 공사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되면서 재건축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 등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간 분쟁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지역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준다"며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 단계를 더 명확하게 진행해 갈등 요소를 사전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주가 지연될수록 조합도, 건설사도, 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도 모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양가를 높이거나 하는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 지연은 인근 전세 수요 증가를 유발할 수 있어 전세 시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입주를 기다리는 수요가 전세 시장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입주 일정이 늦춰지게 되면 인근 지역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규 입주 단지로 빠져야 하는 수요가 계속 전세에 머무르게 되면서 일정 수준의 가격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분양 물량은 2만9401가구이며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2만2284가구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인 2만1284가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입주 물량인 3만2689가구보다 1만가구 가량 줄어든 수치다. 올해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단지가 늘어날수록 입주 예정 물량도 변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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