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재계2위 점프…최태원의 'BBC' 투자 '신의 한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4.27 14:55

공정위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



2005년 3위 오른뒤 16년만…12년 만에 5대그룹내 순위 변동



딥체인지 강조 반도체·바이오·배터리 '삼각편대'로 자산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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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SK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2위 자리를 차지했다. 2005년 3위에 오른 뒤 16년만의 변화다. 국내 5대 그룹사 내에서 순위 변동이 생긴 것은 12년만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총액은 291조 9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483조 9190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3위로 밀려난 현대차그룹의 자산총액은 257조 8450억원이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상위 5개 기업집단 내 순위가 바뀐 것은 2010년 이후 12년만이다. SK와 현대차만 놓고 보면 순위가 뒤바뀐 것은 2004년 이후 18년 만이다.

SK그룹이 대기업 자산 순위 2위로 올라선 것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삼각편대’가 제 역할을 해준 결과로 풀이된다. SK는 그간 반도체를 그룹 주력으로 삼으며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계속 발굴해왔다.

그룹 내에서는 배터리(Battery)와 바이오(Bio), 반도체(Chip)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BBC’라고 부른다. 이들 분야에 집중한 것이 2005년 말 54조8000억원으로 대기업 자산 순위 3위에 오른 뒤 16년 만에 한 계단 더 상승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게 SK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강조하면서 단행된 성장동력 발굴이 자산 규모를 키웠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은 또 다른 성장동력 발굴의 발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그동안 주요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사업 모델 혁신과 재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공개(IPO) 및 분할 등을 통해 세력을 전반적으로 키웠다.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ICT 중심이던 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배터리와 바이오를 추가하며 자산을 불렸다. 실제 지난해 자산 증가액 52조 5000억원 가운데 20조 9000억원이 반도체 분야에서 나왔다.

SK는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설비 및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첫해 청주 M12를 시작으로 2015년 M14(이천), 2018년 M15(청주), 2021년 M16(이천) 등 반도체 공장 4개를 증설했다. 이들 공장 면적을 합하면 축구장 29개 크기에 달한다.

또 반도체용 특수가스(SK머티리얼즈)와 웨이퍼(SK실트론)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연관 제품을 전략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SK하이닉스의 자산은 2012년 말 18조 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5조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의 자산 합계도 2조 4000억원에서 4조 7000억원으로 늘었다.

비즈니스 모델 재편도 자산을 불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SK㈜와 SK E&S는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 파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및 수처리 업체인 EMC홀딩스 등을 인수했다. SKC와 SK케미칼도 각각 그린 에너지와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이밖에 IT 주력집단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작년 대비 자산총액 및 기업 순위가 올랐다. 카카오는 자산총액이 지난해 19조 9520억원에서 올해 32조 2160억원으로 오르며 기업 순위가 18위에서 15위로 3단계 상승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기업공개(IPO)로 공모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네이버는 자산총액이 1년 새 13조 5840억원에서 19조 2200억원으로 늘어나며 27위에서 22위로 올라섰다. 서치 플랫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영업활동 이익잉여금 증가와 주요 계열사 유상증자 등이 자산 급등 사유로 꼽힌다.

해운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해운 주력집단들도 급성장했다. HMM은 자산총액이 1년 새 8조 7890억원에서 17조 7670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하면서 순위가 48위에서 25위로 뛰었다. SM(13조 6630억원, 34위), 장금상선(9조 3340억원, 50위)도 자산총액 및 순위가 급증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중흥건설 자산총액이 9조 2070억원에서 20조 2920억원으로 2배 넘게 늘어 47위에서 20위로 순위가 바뀌었따. 호반건설은 자산총액이 10조 6980억원에서 13조 7840억원으로 약 30% 늘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명단에 두나무, 크래프톤, 보성, KG, 일진, 오케이금융그룹, 신영, 농심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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