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세 차례 걸쳐 614억 자금 횡령
해당 직원 자수...경찰, 특경법상 혐의 긴급 체포
금감원 현장 수시검사..."사실 관계 파악중"
우리銀 "수사 적극 협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을 두고 금융권은 물론 감독당국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간 사모펀드 사태로 곤혹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내부에서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내부통제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인 만큼 향후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오랜 기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 중인 A씨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2012년, 2015년, 2018년)에 걸쳐 614억원의 자금을 개인 계좌로 인출한 것이 핵심이다.
A씨가 소속된 기업개선부는 부실기업 자금 출자 등 기업 자금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해당 자금은 우리은행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할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의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대주주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하기 위해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채권단은 엔텍합이 인수자금을 납부하지 않자 엔텍합이 납부한 계약금을 몰취했으며, 우리은행은 계약금을 별도 계좌에서 관리했다. A씨는 원금, 이자를 모두 인출한 후 2018년 해당 계좌를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관련 예치금 반환 준비 과정에서 횡령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횡령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A씨는 같은 날 저녁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직접 자수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자세한 내용을 조사한 뒤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동생도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범죄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동생은 우리은행 직원은 아니다. 우리은행 측은 "사건 정황과 이후 관리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자체 조사와 더불어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금액이나 기타 사항들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사건을 엄중하다고 보고 즉시 현장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에 취약점이 없었는지 등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일반 기업도 아닌 대형은행에 이러한 횡령 사건이 벌어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그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CEO)에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등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며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부 직원이 수백억원대를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내부통제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개인 직원이 어떻게 자금을 횡령할 수 있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거액의 자금이 오고가는 은행에서는 실시간으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물론 회사가 모든 것을 감시할 수는 없지만, 이를 회사가 아예 몰랐다는 것은 해당 부서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해당 직원 고발조치와 함께 발견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손실금액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