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빅스텝에 금융시장 널뛰기...IPO 시장도 ‘냉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08 11:20

원/달러 환율 1270원대 돌파...코스피 2640선 후퇴



한국 인플레이션 우려...원화 약세 심화



IPO 시장 ‘꽁꽁’...SK쉴더스 상장 철회 신고서 제출

코스피

▲지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06포인트(1.23%) 내린 2,644.51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째 하락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결과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증시 부진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직후 열린 6일 국내 금융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를 돌파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4원 오른 1272.7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0.7원 오른 1267.0원에 개장해 장 초반 1273.5원까지 오르다가 127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달러화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작년 하반기부터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이로 인한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 경제 전망 악화, 미국과 유로존 간에 성장 전망 역전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강세가 더욱 심화됐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준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왔다. 0.5%포인트 인상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밝혔다. 추가로 빅스텝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FOMC 이전보다 더욱 악화됐다.

한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 뛰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한국, 대만,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총 142억2000만 달러(약 18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한국에서만 49억7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 환경은 달러 이외 통화의 동반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항선이었던 1250원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고, IPO 시장도 급격하게 위축된 모습이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33.06포인트(1.23%) 내린 2644.51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791억원, 300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7627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5.84포인트(1.76%) 하락한 884.22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을 앞두고 기업들의 공모가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IPO를 통해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23개사 가운데 공구우먼, 모아데이타, 노을, 스톤브릿지벤처스, 브이씨 등 8곳이 공모가를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 범위(밴드) 하단 이하로 확정했다.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SK쉴더스는 당초 이달 코스피 입성을 계획했지만, 이달 6일 금융감독원에 IPO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도 IPO 계획을 철회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환율과 코스피가 급등락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통화정책 우려와 경기 불안심리가 점차 완화되면서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긴축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전망"이라며 "아직은 경계가 필요하나, 하반기에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하락 부담이 완화된 업종들에 대해 관심이 점차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약세 압력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미국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와 우크라이나 휴전 돌입 가능성, 유가 하향 안정화에 따른 무역 적자 해소 등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승훈 연구원은 "만일 원화가 추세적으로 1250원대를 상회하려면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단기외채 상환문제의 재부상, 코로나19 초입과 같은 글로벌 신용경색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현재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원화가 1250선을 상회하는 현 수준에서 추가 약세를 시현하기보다는 약세 압력을 점차 덜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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