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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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매년 초 금융당국에 원하는 점을 물어보면 금융권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내놓는 대답이다. 금융산업이 규제에 막혀 있어 산업 성장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금융규제는 포지티브 방식인데 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네거티브 방식은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라 금융사의 역할 범위가 넓어진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규제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빅테크와 금융업 규율체계를 정비하고,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금융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지털금융의 경우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금융사들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장인 만큼 참여자들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 공약은 금융사들에게도 필요했던 내용이라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하지만 막상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 보여준 모습은 금융사들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해 보였다.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서 공약으로 발표했던 규제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겠으나 정작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공시, 청년도약계좌 출시, KDB산업은행의 지방 이전 등과 같은 은행권의 반감을 사는 내용들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를 기존 3개월 주기에서 1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은행권에서는 줄세우기를 조장할 수 있고 실제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히려 은행들의 금리에 관한 빌미를 잡을 때 공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10년간 1억원을 모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장기상품인데, 결국 은행들이 청년도약계좌의 시중금리 이상의 금리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반기지 않고 있다. 산은의 부산이전 또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혁신금융에 투자하는 산은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부터 금융권과 부딪히는 모습이 연출되며 정작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만 같아 보인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업계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공약들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재 금융산업은 격동기를 맞이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 인터넷은행이 가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모바일 등 비대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가상자산과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개념이 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처럼 옥죄는 산업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정부가 육성해야 하는 산업으로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할 때다. 규제 완화는 물론 금융산업 미래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지는 윤석열 정부의 5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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