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99% 폭락한 ‘K-코인’...새로운 ‘리먼사태’ 오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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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이 폭락한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들의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한국인이 개발한 가상화폐가 급락하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2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는 60센트, 테라는 70센트 수준으로 급락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한 코인이다. 소셜커머스 티몬의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도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테라폼랩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의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국산 가상화폐인 이른바 ‘김치 코인’으로 분류됐다.

루나는 지난달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지만 시세가 일주일 만에 99% 가량 폭락해 현재 45위로 미끄려졌다. 테라 역시 한때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가운데 3위 규모로 시총 180억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그 가치가 거의 반 토막 정도로 떨어졌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은 일제히 루나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받쳐주는 용도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다. 테라는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선을 담보로 발행하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루나로 그 가치를 떠받치도록 한 것이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 수요 공급을 조절해 테라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최대 20% 이익을 얻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테라 가격 하락 시 유통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올림으로써 그 가치를 1달러에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암호화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테라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했다. 가치 연동 알고리즘이 깨진 것이다.

이 여파로 자매 코인인 루나가 급락하고, 또 다시 두 코인의 가격 하락을 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든 것이 무너졌다"며 "테라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세계에서 애정의 대상이었으나 죽음의 소용돌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번 루나·테라 급락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있다.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 가드’가 수십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테라 유동성 공급을 위해 비트코인이 처분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나파운데이션 가드는 이달 초 3만 7863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한 바 있다.

루나·테라 폭락이 충격파를 던지면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3만 달러선이 무너진데 이어 낙폭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이 시작됐다"며 영국 일간 가디언도 "테라의 추락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리먼브러더스 모멘텀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폭락 사태로 업계 큰 손들의 자산도 쪼그라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의 개인 재산이 22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에 그 규모가 137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재산이 80% 넘게 증발한 것이다.

테라와 루나 열혈 투자자로 알려진 마이크 노보그래츠 암호화폐 회사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도 같은 기간 개인 재산이 85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급감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비트코인 2022 컨퍼런스에 참석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트코인과 루나 문신을 새긴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운영하는 윙클보스 형제의 재산도 올 들어 40%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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