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바닥…연이은 상장 철회에 IPO 시장 ‘찬바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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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 때 아닌 한파가 찾아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잇따라 상장이 철회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도 앞으로 공모 일정이 예정돼 있는 기업들의 증시 입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는 전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가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완주’ 의지를 표한지 이틀 만이다.

같은 날 국내 1위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인 태림페이퍼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태림페이퍼는 2016년 자진 상장 폐지 이후 6년 만에 재상장에 도전했지만, 또 좌절을 겪게 됐다.

앞서 보안전문업체 SK쉴더스도 지난 6일 상장계획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취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장 철회를 발표한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등 총 6곳으로 늘었다.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미루는 이유는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한 달 만에 6.1% 빠지면서 2550선까지 주저 앉은 상태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도 10.10%나 빠졌다. 이는 모두 연중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투자자예탁금은 10일 기준 61조5856억원으로 3개월만에 8조7591억원이 줄어들었다. IPO는 자금 조달이 가장 큰 목적이다.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낮은 공모가가 형성되고, 공모 미달까지 겹친다면 손해가 막대하다.

실제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몸값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수요 예측 과정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이 상당히 부진했다.

원스토어의 수요예측에서도 참여 기관 대부분이 공모가 하단이나, 하단을 밑도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SK쉴더스도 당초 경쟁률 200대 1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감 직전 취소 물량이 나오면서 100대 1을 겨우 넘긴 것으로 보인다.

태림페이퍼도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대치를 밑돈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장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쏘카와 컬리, 카카오모빌리티와 쓱닷컴, CJ올리브영, 11번가, SK온, 오아시스마켓,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등의 기업가치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쏘카와 컬리다. 쏘카는 지난 1월 5일 상장예비심사 청구 이후 지난 달 6일 유가증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예비심사에는 통상 2개월(45영업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대략 5월 말쯤에는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과 일반청약자들의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는게 문제로 지적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악재로 가득한 글로벌 증시 상황에 투심 위축은 당연한 수순이라 흥행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올해는 계속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IPO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는데, 2분기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수요예측 일정이 정해진 기업들도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는 만큼 상당수는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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