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식용유 대란' 진짜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5.18 18:06

수급 불안 심리에 사재기 영향...정부 "실제론 공급부족 아냐"



식품사 "생산·공급량 차이 없어, 2~4개월분 비축 안정적"



농식품부도 점검 강화, 수입관세할당 등 수급 안정 지원

식용유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에서 매대에 진열된 식용유 제품 모습. 사진=조하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팜유 수출 중단이 이어지자 국내에 ‘식용유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 등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일부 대형 유통매장에 식용유 제품이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식용유 제조사와 유통업계는 국내외 인플레이션과 해외 공급 중단에도 식용유 제품 공급과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업계는 불확실한 물가인상 분위기가 일부 소비자와 소상공 자영업자의 공급 감소 불안감을 자극해 ‘사재기 현상’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식품사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17일부터 쿠팡 등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은 사재기 방지 목적으로 식용유 구매 제한에 나섰다. 쿠팡은 로켓배송 이용 시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10개로 제한한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생산업체로부터 선매입 방식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많은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일부 브랜드에 한해 구매제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온라인쇼핑몰 SSG닷컴도 18일 오전부터 업소용 식용유 1.5L, 1.8L 2종 제품을 2개씩 구매하도록 제한했다.

앞서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매장도 원활한 재고 소진을 위해 1인당 구매에 제한을 걸었다. 온라인까지 사재기 수요가 번질 것을 염려한 대응이었다.

일부 유통업계의 식용유 사재기 차단 예방 움직임이 있지만 현재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사조해표 등 식용유 제조사로부터 식용유를 수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식용유 판매량이 각각 50%, 80%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슷하게 늘어났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따라서 대형 마트들은 일부 식용유 사재기 움직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곧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8일 "자동발주 시스템을 통해 적정 판매량을 산정해 재고분을 비축해두고 있어 제품 공급에는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 사업자가 입점해 비교적 원가 상승에 민감한 온라인 채널과 달리 하이퍼마켓(식품류의 구비 비중이 높은 대형할인점) 등 대형매장은 구매 제한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소품종 대량판매 구조로, 일반가정에서 소비하는 다품종 제품을 다루는 이마트와 특성부터 다르다"면서 "트레이더스 매장만 일부 제품에 한해 물량 부족이 없도록 1인당 2병으로 구매 제한을 걸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당분간 온·오프라인 카테고리 모두 구매 제한을 적용하지 않지만, 식용유 수급 상황이 유동적으로 바뀔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유를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식품사들은 최근 식용유 품귀는 억측에 불과하며, 오히려 가격 인상 여론이 사재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전 세계 수출 80%를 차지하는 해바라기유 최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에 이어, 각각 콩기름 원료인 대두와 카놀라유 원재료 카놀라 등 작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공급을 걱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용유를 비롯한 유지류 생산, 공급량 측면에서 기존과 차이가 없다"며 "제조사는 생산과정 중 지장이 없다고 얘기하는 상황인데 일부 언론의 가격인상 전망 기사들이 과다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기름 사용량이 많은 개인 자영업자 위주로 소비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조사 입장에서 원가 부담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량을 늘리면 늘렸지 결코 줄인 적 없다"고 제조사 책임론으로 전가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같은 식용유 대란 우려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장 상황에 비해 과장된 해석이 나오면 소비자 사이에서 혼란만 부추기고 제품 고갈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면서 "정부가 식재료 유통 과정에서 원활하게 수급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 이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부 식용유 사재기 움직임에 수급상황 점검과 공급망 관리 강화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롯데푸드, 사조대림, 농심, 오뚜기 등 식용유 공급 5개사와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식용유 가격 불안심리에 따른 사재기 현상을 차단하는데 기업들과 공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민관회의를 매주 1회 이상 열고 식용유 수급정보를 공유하고, 식용유의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식용유 수입 관련 품목의 할당관세 등 지원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도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날 점검회의에서도 식용유 공급사들은 식용류 재고량이 2∼4개월분 정도로 안정된 상황이라고 정부에 전달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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