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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경쟁사가 우리를 카피한다는 것은 상대방 움직임의 불확실성은 줄고 우리가 만든 익숙한 전투장에서 경쟁함을 뜻한다. 경쟁의 판과 룰을 우리가 만들어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이기는 전략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최고경영자(CEO) 정태영 부회장이 국내 카드업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와 프리미엄카드, 세로카드 등 ‘업계 처음’ 타이틀을 지속해서 쏟아내는 등 과감한 ‘혁신 경영’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미래에셋증권과 손잡고 국내 첫 ‘증권사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 개발에 나섰다. 해당 카드는 사용 금액에 맞춰 적립된 포인트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최초 가입 시 최대 10만원 가치의 랜덤주식을 제공하는 신규 가입자 혜택도 포함돼 있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특히 현대카드의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합친다. 현대카드는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PLCC 파트너간 데이터 동맹인 ‘도메인 갤럭시’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도메인 갤럭시에서는 이마트, 현대차, 기아,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등 업계 챔피언 기업들이 참여해 활발한 마케팅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PLCC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한 곳은 현대카드다. 정 부회장은 PLCC를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보고 2010년대 초반부터 공들였다. PLCC 시장이 자리잡힌 미국의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Wells Fargo) 등 주요 업체들과 이들이 내놓는 상품을 연구하고 시장에 대해 분석했다.
결국,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5월 이마트e카드를 첫 출시, 국내 PLCC 시장의 문을 열였다. 이후에도 현대차와 기아, 코스트코, 대한항공, GS칼텍스,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네이버, 넥슨 등과 PLCC를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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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PLCC 상품의 출시·운영에 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PLCC 시장이 지금은 카드사들의 경쟁지가 됐지만, 업계는 출시 당시 만해도 수익성이 없을 것으로 봤다. 카드사들이 PLCC의 영향력을 확인한 후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수 많은 데이터 분석 기반을 마련한 현대카드를 따라잡긴 어려웠다. 현대카드는 여전히 국내 PLCC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시장을 연 것도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2005년 '더 블랙(the black)' 카드를 내놨다. 이는 국내 첫 VVIP 전용카드로 연회비 100만원, 최대 발급 매수는 9999장으로 제한해 '희소성'을 키웠다. 프리미엄 카드답게 파격적인 혜택과 발급 기준이 부합하는 고객을 직접 선별해 초대 가입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2017년엔 국내 최초로 카드 디자인 전면을 세로 형태로 적용한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카드번호와 해외 카드 브랜드 로고 등을 카드 뒷면에 배치하고 앞면은 해당 신용카드의 디자인만을 담아냈다. 지금은 세로 형태의 카드가 대부분이지만, 당시만 해도 가로형태의 카드가 전부였다. 가로로 마그네틱을 긁는 방식에서 세로로 꽂는 결제로 바뀌는 시점에 맞춰 카드 디자인도 새롭게 바꿔보자는 현대카드의 아이디어가 통한 셈이다.
서비스와 디자인을 잡은 현대카드는 '금융 테크 기업' 도약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초 모바일 웹사이트 등 디지털 채널을 대폭 개편했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개발비는 662억4100만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투자했다. 현대카드가 AI,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혁신 기술에 투자한 자금만 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대세로 떠오른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 진출에도 도전장을 내놨다. 지난 3월 관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NFT 기획과 블록체인·SPA 개발 분야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문 인력들은 현대카드의 블록체인·NFT 기술 활용 사업과 서비스 기획, 실행·고도화를 담당한다.
카드사들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디지털 역량 강화와 서비스 혁신을 더 해 압도적 존재감을 지닌 금융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정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 테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며 "2022년은 모든 산업이 테크놀로지라는 도구에 지배되고 있고, 결국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hn7704@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