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생산계획 주단위 변경에도 차질…한치앞도 예상 못해
출고적체 지속…EV6·쏘렌토HEV 등 인기차종 18개월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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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일감이 몰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인기 차종에 대한 출고적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당장 계약해도 1년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모델이 있을 정도다. 일부 고객들이 수입차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지만 달리 손을 쓸수 없는 형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특근을 통한 생산계획은 꿈도 못꿀 정도로 부품공급 차질이 심각하다. 차량용 반도체 등 전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으로 현대차는 월간 단위로 계획했던 생산계획을 주간으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초 계획했던 생산 계획도 반복적으로 지연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신차들은 반도체가 부품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첨단 운전자 보조 지원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소위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전방레이더 등은 전 차종에 걸쳐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DCU, 에어백 컨트롤 유닛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친환경차 등 현대차·기아 인기 차종들은 계약 후 국내 고객들에게 인도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기아 EV6와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은 당장 생산요청을 해도 출고까지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제네시스 GV60과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도 차를 받기까지 1년에서 1년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현대차 아이오닉 5, 포터 EV, 투싼 하이브리드 등은 구매 후 1년 정도 대기해야 한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기아 K8 하이브리드, 기아 스포티지 디젤 등 역시 내년 하반기가 가까워져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판매 자체도 줄었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판매는 90만 29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판매 실적도 68만 5739대로 0.6% 줄었다. 특히 국내 판매만 놓고 보면 양사 실적이 15만 2098대, 12만 1664대로 각각 18%, 6.5%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이달 차량 출고 일정이 올해 초 대비 1개월 가량 길어졌다고 본다.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지속되며 신차 출고 문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업 일선에서는 인기 차종의 경우 일부 옵션 등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금 계약해도 올해 안에 받기 힘들다고 안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고객 입장에서는 계약한 신차가 타보기도 전에 구형이 되는 촌극까지 연출되고 있다. 계약이 밀려있는 K8의 연식 변경 모델이 최근 출시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럴 경우 계약자들에게 연식변경 모델로 바꿀지, 계약을 취소할지 직접 물어본 뒤 다시 생산일정을 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 출고에 차질이 생기자 중고차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덩달아 중고차 가격까지 뛰고 있다"며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재고가 있는 수입차 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어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도 큰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출고적체를 해결한 마땅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고객이 차를 사기 위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근본 원인은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생산은 단순하지만 안전 등 지켜야 할 기준은 깐깐해 공급 루트가 제한적인 편이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도체 주문 물량을 줄였는데 ‘보복소비’ 등 여파로 오히려 수요가 늘며 엇박자가 났다. 반도체 제작사들 역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중국의 상하이 봉쇄 등 여파로 일부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당장 생산이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길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런 시기 생산라인을 현대차·기아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차·기아는 노사 합의 내용 탓에 인기 차종에 수요가 몰려도 라인을 노조 허락 없이는 바꿀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에도 인기 차종은 출고까지 수개월 기달야 하지만 일부 모델은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됐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기아 모델들이 세계적으로 상품성을 인정 받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 직격탄을 맞아 소비자 이탈 우려가 생기고 있다"며 "앞으로 3~4년 정도 이 문제가 이어질 수도 있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ye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