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37% 8200여명 참여…레미콘업계 초비상
정부 "상황 예의주시"…위기경보 '경계'로 격상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산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곳곳에서 물류 운송에 다소 차질이 생기는 수준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물 경제에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부산, 울산, 전북 군산 등에서 16개 지역본부별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출정식에 화물연대 조합원(2만 2000여명)의 약 37%인 82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업 첫날 전국 12개 항만은 일단 정상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만별 컨테이너 보관 비율은 68.1%로 평상시(65.8%)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국토부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물류 현장 곳곳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부곡) 유통기지에서는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의왕기지에는 쌍용C&E,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등 국내 대표 7개사의 저장소가 몰려있다.
충북 단양과 제천, 강원 영월 등 주요 내륙사 시멘트 공장에서도 화물연대의 점거로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서울 수색 유통기지 역시 파업 영향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 출하 중단에 따른 후폭풍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유진기업·삼표 등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확보한 시멘트 재고가 1∼2일, 길어야 2∼3일 정도에 불과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최근 시멘트 대란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유통마저 막히면서 업황이 더욱 나빠졌다는 게 레미콘 업계의 목소리다.
건설 관련 기업들도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앞으로 2∼3일은 버틸 수 있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레미콘 타설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건설 성수기에 물류난이 지속되면 공기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7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제품을 유통받지 못한 주류 도매상들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제품을 옮기고 있다. |
유통 현장에도 피해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 업계 1위 업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통 채널은 물론 소상공인과 소비자들 역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 기업들도 제품 출하 차질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하루 물동량 약 4만 9000t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약 2만t의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하루 출하량 9000t이 이날부터 전면 중단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기업들도 화물차 이용이 불편해지는 경우에 대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가교통정보센터 상황실에서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 주재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비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기관별 대응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총파업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어 차관은 "그동안 정부가 화물차주의 근로여건 개선과 화물운송사업 구조개혁 방안 등에 대해 화물연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운송 거부를 강행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중앙수송대책본부의 위기 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각 관계 기관에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에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3년 일몰제(2020∼2022년)로 도입돼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는 운송료가 연료비 등락에 연동해 오르내리는 합리적인 제도"라며 이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명분으로는 "정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제도 확대에 대한 명확한 입장조차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