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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광받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최근 들어 얼어붙기 시작했다. ESG 투자에 대한 본질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투자자들이 동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각국 당국들이 ESG 투자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ESG 투자=필수’로 여겨졌던 금융시장의 공식이 이대로 무너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SG와 연관된 모든 ETF에 들어간 투자금 규모는 작년말 기준 1590억 달러로 집계됐다. 1년 만에 규모가 70% 가까이 커졌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배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달 주식으로 구성된 ESG ETF에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블룸버그는 주식, 채권, 원자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서 ESG ETF를 구분하는데 지난달 주식 ESG ETF에서 2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그 전달인 4월까지만 해도 45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 만에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채권, 원자재 등을 모두 합쳐 전체적으로 봤을 땐 약 4억 달러가 지난달 ESG ETF에 유입됐다. 이 또한 작년에 평균적으로 매월 110억 달러가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주식 ESG ETF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갔는지를 봤을 때 지난달의 유출은 상당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1월 2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주식 ESG ETF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ESG ETF 상품인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티커 ESGU)는 올 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 25%를 넘은 상태다. 친환경에 적극적인 유럽에서도 ESG 펀드의 평균 손실율이 1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행보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부분도 있지만 ESG 투자에 대한 투명성과 의미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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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로이터/연합) |
일론 머크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발단이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18일 ESG가 "사기"라며 "가짜 사회 정의를 말하는 전사들에 의해 무기화됐다"고 공개적으로 비난에 나선 바 있다. 다음 날엔 영국 금융기관 HSBC의 한 임원이 "기후변화는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금융리스크"라며 지속가능한 투자를 비난했다고 블룸버그가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머스크의 발언을 계기로 ESG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구글 검색량이 급등했다. 2017년부터 이달 초까지 ESG 구글 트렌드 점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점수가 100을 찍었던 기간이 지난 5월 셋째 주(5월 15일∼21일)로 나타났다. 구글은 0점부터 100점까지 수치로 트렌드 지수를 평가한다.
ESG 투자 열풍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2020년, 2021년 구글 트렌드 점수는 20∼60점대를 오갔다.
머스크 발언 이후 ESG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했지만 ESG 투자의 실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점이 ‘자금 엑시트’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의 한 개인 투자자는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빅텍크 종목들이 포함되지 않은 ESG 펀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블룸버그에게 말했다. 그는 "거의 속은 기분이다"며 자신의 ESG ETF에 메타가 왜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ESG 투자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영사이자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ESG 관련 상품을 제시하는 퀼터 체비엇에서 책임투자를 총괄하는 게마 우드워드는 "ESG 펀드가 무엇인지 나 조차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규제 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ESG를 과장해 투자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주말 조사에 착수했다. SEC의 이러한 움직임은 ESG를 과대 주장하는 금융기관들을 단속하겠다고 지난달 말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독일 당국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의혹과 과련해 도이체방크와 DWS 사무실 두 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는 ESG 투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올들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온 만큼 에너지 기업과 관련된 ETF에 자금이 쏠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 기업으로 대부분 구성된 SPDR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 ETF(티커 XOP)의 연 수익률이 40% 가까이 육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