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한국 전기차시장까지 넘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03 11:55

CATL, 기아 전기차에 공급…쌍용차도 BYD와 협력 지속



배터리품질 대폭개선·LFP 이어 삼원계까지 제품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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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중국 본사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까지 발을 들이면서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 이들은 배터리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품질을 높이며 국내 배터리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는 기아가 최근 출시한 신형 전기자동차 ‘니로EV’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이 중국 판매가 아닌 국내용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배터리 수급 안정화 차원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CATL이 테슬라를 비롯해 세계 완성차 업체 여러 곳에 이미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력도 갖췄다고 봤다.

쌍용자동차는 중국 비야디(BYD)와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비야디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계약 및 배터리 팩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협력을 바탕으로 내년에 선보일 전기차 ‘U100(가칭)’에 공동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할 방침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중국 기업의 국내 진출로 점유율을 뺏길까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CATL이 기아에 공급한 배터리가 삼원계(NCM)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품질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국내 배터리 기업이 주력하는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와 성능을 키울 수 있다.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은 저렴한 가격과 안정성을 내세운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수주를 확장해왔지만, 최근에는 삼원계 배터리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CATL은 최근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인 3세대 셀투팩(CTP) 배터리인 ‘기린’을 출시했다. 제조 공정에서 모듈 단계를 건너뛰고 셀을 곧바로 팩에 조립해 공간 효율을 최대 20%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도 극대화했다. CATL은 3세대 CTP 배터리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규격으로 주목받는 ’4680 배터리(지름 46mm·높이 80mm)’보다 전하량을 13%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밀도는 삼원계 배터리 기준 1㎏당 250Wh 수준이 될 것으로 CATL은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이 NCM 배터리를 앞세워 해외 수주를 늘린다는 사실은 배터리 품질면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LFP 배터리에 집중하면서 중국 내수용 물량만 생산하는 ‘안방 호랑이’ 꼬리표를 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이 진출한 북미와 유럽에서도 중국 업체와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판매된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은 33.3기가와트시(GWh)로 점유율 35.0%를 기록하며 선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 합산 점유율인 26.3%보다 높다.

무엇보다 CATL이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 CATL은 첫 해외 생산기지인 독일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거점을 활용해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객사 접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비야디는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 먼저 진출해 이미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터라 CATL 성장세가 조기에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SK온은 포드와 각각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장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북미에 진출했다. 국내 3사는 북미 폴란드와 헝가리 등에도 자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 국내 기업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은 2025년으로 CATL은 늦은 감이 있다"며 "시장 선점 효과를 뚫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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