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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모습.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거 재무위험기관에 포함되면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닥칠지 주목된다.
4일 연합뉴스가 기획재정부를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선정한 재무위험기관 14곳 중 12곳은 에너지 공기업이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발전5사 등 한전 자회사, 지역난방공사가 사업 수익성 악화(징후) 기관에 올랐다. 석유공사와 광해광업공단, 가스공사, 석탄공사 등 자원 공기업은 재무구조 취약기관에 포함됐다.
이들 에너지 공기업 외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익성 악화 기관에, 코레일이 재무구조 취약기관에 올랐을 뿐이다.
재무위험기관은 재무지표와 재무성과, 재무개선도 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이른바 ‘투자 부적격’ 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수익성을 높이고 지출을 효율화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도 있는 셈이다.
14곳 재무위험기관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기관 중 금융형 기관을 제외한 27개 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해 선정했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 12곳이 1곳도 빠짐없이 재무위험기관에 포함된 데 대해선 정부 눈 밖에 난 것은 아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조준하는 것은 아닌지 등의 해석이 나온다.
12곳 가운데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5개 발전 자회사는 수익성 악화기관으로 분류됐다.
한전의 경우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믹스 변화 등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5조9000억원 상당 영업적자를 낸 것도 배경으로 꼽혔다.
다만 정부는 수익성 악화기관보다 재무구조 취약기관을 더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장기간에 걸친 수익성 악화로 취약한 재무구조가 굳어진 기관이 많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이미 자본잠식 단계로 들어간 석유공사와 지난해 부채비율이 378.9%를 기록한 가스공사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재무건전성 개선, 방만경영 해소 등을 두고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연내 기관장 교체 바람이 불어 닥칠 가능성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나타난 370개 공공기관(본부기관 350개·부설기관 20개) 기관장 가운데, 연내 기관장 교체가 예정된 공공기관은 71개다.
71개 중 13개는 기관장이 이미 물러나 공석 상태다. 26개 기관은 기관장이 임기가 이미 만료됐으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현 기관장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39개 기관은 기관장을 당장 교체할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선 한수원이 이에 속한다.
기관장 임기가 올해 안에 끝나는 31개 기관 중에서도 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가 포함됐다.
총 70개 공공기관 외에 나머지 1개 기관은 임기와 무관하게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로부터 기관장이 해임 건의를 받게 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다. 해임 건의는 2021년 경영평가(경평) 실적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내려졌다.
이렇게 당장 드러난 교체 대상 외에도 정부 공공기관 고강도 혁신으로 교체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기관 청사를 비롯한 자산 규모를 전수조사하는 등 공공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서기 위한 정지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무 성과가 좋지 않거나 지난 정부에서 인력·기능이 비대해진 기관의 경우 혁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관장이 자진해 물러날 여지가 있다.
특히 전 정부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소속)’ 기관장의 경우 더 강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비)상임이사 및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교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다만 전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윗선 압박으로 한국전력(한전) 자회사 4개 기관장이 일괄 사표를 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관장 사퇴를 아예 강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hg3to8@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