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드맵 마련 중요…민간기업으로 급전환 부작용 우려
고성능 위성 1개 보다 작은 위성 100개 데이터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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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정부도 우주산업 확대를 위한 지원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조직인 ‘항공우주청’의 설립을 사실상 확정했으며 지난달에는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참여를 독려하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12월 시행하기로 하고 우주산업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안재명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전화인터뷰로 항공우주청 신설 및 우주산업의 민간기업 참여 의미와 ‘뉴 스페이스’에 대해 짚어봤다.
안 교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국내 최초의 액체 추진로켓 KSR-Ⅲ과 나로호(KSLV-I) 연구개발을 수행한 바 있으며, 최근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성능검증위성 큐브위성을 만든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교수로 활동 중이다.
안 교수는 지난 8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항공우주청은 우주 산업과 관련된 컨트롤타워로써 정부의 각 부처에 나뉘어져 수행 중인 우주 프로그램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 일문일답.
- 정부 주도 항공우주청 및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 우주산업클러스터 조성 등이 우주 사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 기본적으로 정부의 우주 산업에 대한 입장은 정부가 대부분 주도해 왔던 우주 산업에서 민간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설하려는 항공우주청은 우주 산업과 관련된 컨트롤타워로 정부의 각 부처에 나뉘어져 있는 우주 관련 프로그램들을 조율하고, 민간에서 우주 산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산업 클러스터의 경우 발사체 및 위성 클러스터가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 관련 역량을 가진 조직을 모아서 시너지를 만들자는 취지이며, 우리나라가 뉴스페이스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전문가들은 정부 중심 우주 개발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투자해야 된다고 한다.
▲ 사실 우주 기술 발전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시기가 미국과 소련이 우주 기술을 놓고 경쟁을 하던 시기인 1960년대이다. 그때는 우주 개발이 국가의 자존심이기도 했기에, 경제성에 대한 고려는 부차적이었고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혹은 미국을) 꼭 이겨야 한다’는 것이 우주 개발을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도 우주 개발이 국가의 자존심이며 국력을 상징하는 부분은 있다고 본다. 다만 점점 ‘우주 개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우주 산업’으로 관점이 더 커져간다고 할 수 있겠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같은 사례도 그러하다. 한편 국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우주 개발이 굉장히 많은 리소스(재원)가 들어가는데, 국가가 모두 주도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고, 국가는 민간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한 상황이다.
다만 국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너무 급전환을 할 시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뉴스페이스’ 시대라는 얘기는 많이 나오고 있고 민간이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민간의 역할이 커질 것인가?" 혹은 "커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여전히 주도적으로 주요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며 우주 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며, 동시에 민간이 안정적으로 정부가 하던 역할을 잘 이어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뉴 스페이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가의 축적된 기술들이 효과적으로 민간에 이전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우주 스타트업 등 민간 플레이어들이 초기 시행 착오를 줄이며 안정화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 진행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이 이러한 취지를 가지고 있다. 민간에서 우주산업의 비중을 늘려갈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사업의 문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 정부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로드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우주 산업 전반에 걸친 조율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국가의 우주 산업에는 관련 부처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과기부와 국방부 및 군, 국토부, 산업부 등, 부처 별로 입장이 다르고 조율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항공우주청이 이러한 경우 부처간의 입장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간에서는 우주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이 하는 것에 더해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이 제공하는 것을 제공하면서 저가 경쟁만을 한다든지 하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기존의 기업들이 제공하지 않는 것을 찾아야 한다.
사실 발사체 서비스나 위성 제작은 전체 우주 시장의 10%가 채 안 되고, 전체 우주 시장의 대부분은 우주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이다.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나, 예를 들면 스페이스엑스의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같은 지구를 촬영해서 그 이미지를 판매하는 등의 서비스가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발사체 위성에 더해서,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우주 산업이 통상 미래 먹거리라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고, 한국은 어떤 부문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지, 어떤 부문의 발전이 제일 기대되는가.
▲ 우선,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더 좋은 발사체, 위성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인공지능 기술을 전통적인 우주 기술과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징 서비스를 예로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초고성능 위성 1~2대를 운용하는 것 보다, 작은 위성을 100개 넘게 운용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초고성능의 위성이 보낸 아주 고성능 이미지를 사람이 보고서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100개 넘는 작은 위성들이 보낸 수 많은 ‘빅데이터’를 AI가 판별하는 식이다.
-최근 카이스트 및 유수의 대학들에서도 큐브위성을 제작하는 등 우주 산업 인재 육성이 치열하다. 한국 우주산업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 큐브위성은 대학에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고 여러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대학과 민간 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다. ‘저비용 소형 시스템 네트워크’, ‘민간 주도’라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판단한다.
-정부의 항공우주청 입지에 관련해 항공우주청은 어떻게 꾸려져야 하는가.
▲ 항공우주청에 관련해서 정말로 안타까운 점이 있다. 항공우주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러한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입지 때문에 모든 논의가 묻혀버린 것 같다. 조직이 역할 정의 다음 문제고 입지는 정말 그 다음 문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항공우주청에 꼭 필요한 기능으로 여러 부처들 사이에 이견을 조정하는 기능, 국가의 중장기 우주 산업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조정, 시행하는 기능 등이 있겠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학사)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석사) △MIT Aeronautics and Astronautics (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선임연구원) KSR-III(국내 최초의 액체추진로켓) 연구개발 수행, KSLV-I(나로호) 연구개발 수행 △Bain & Company (컨설턴트) △KAIST 항공우주공학과(조교수/부교수) 항공우주 비행체 (무기체계 포함) 유도 및 제어, 항공우주 시스템/프로젝트의 설계, 최적화 거대 복잡 시스템의 분석
lsj@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