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굴욕...시세 하락에 암호화폐 대출업체 줄도산, 채굴업체들도 돈줄 말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7.19 09:01
FINTECH-CRYPTO/EU

▲(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암호화폐 시세 하락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금난에 직면한 글로벌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이 줄줄이 파산신청한데 이어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을 대량으로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으로 에너지 등의 비용은 오르는 반면 비트코인 시세는 폭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니 이를 버티지 못하는 채굴업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CNBC는 블록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 자료를 인용해 "지난 주 3억 달러가 넘는 1만 4000개의 비트코인이 24시간 만에 채굴업체들의 암호화폐 지갑에서 빠져나갔다"며 "지난 몇 주 동안에는 채굴업체들이 2021년 1월 이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런 현상을 두고 "채굴 업체들의 항복(Miner Capitulation)"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이 코인을 장기보유하지 않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산을 매도하는 현상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하락세인 반면 에너지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채굴업체들의 유동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9일 한국시간 오전 8시 34분 기준 비트코인은 2만 2201.91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달 들어 10% 가량 올랐지만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의 6만 9000달러에 비해선 70% 가까이 폭락한 수준이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비용은 급등했다. 미국산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말 MMBtu당 3.73달러에서 이날 7.48달러까지 오르는 등 올 들어 2배 가량 뛰었고 국제유가도 30% 넘게 뛰었다. 여기에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있기에 에너지 비용 상승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낮은 비트코인 가격과 높은 에너지 비용은 채굴업체들의 마진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지속적인 변동성에 대한 익스포져를 줄이고 미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현재 가격에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북미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코어 사이언티픽은 채무 상환을 위해 지난달 채굴한 비트코인 7202개를 평균 2만 3000달러에 총 1억 6700만 달러어치 처분했다. 이는 코어 사이언티픽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양의 79% 수준이다.

마이크 레빗 코어 사이언티픽 최고경영자는 "금융시장 약세와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상화폐 채굴업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지만 비용, 채무 등은 모두 달러화로 되어 있다. 채굴업체들도 다른 사업장처럼 청구서를 지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캐나다 가상자산 채굴업체인 비트팜스 역시 지난달 채굴한 비트코인 중 절반을 매도했고 라이엇 블록체인도 올해 처음으로 채무 상환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 일부를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의 조셉 아윱 애널리스트는 "전기요금 상승과 비트코인의 가파른 가격 하락을 고려할 때, 일부 업체들에겐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비용이 더 높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전체 연산처리능력을 보여주는 해시레이트는 지난달 15% 가량 급락했다. 이는 채굴 행위가 줄었다는 뜻으로 비트코인 채굴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채굴업체들이 처분하는 비트코인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시세에 하방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파산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다. 코인셰어즈의 제임스 버터필 리서치 총괄은 최근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이 대출업체 다음으로 파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의 경우 그동안 레버리지를 중심으로 운용해왔지만 루나·테라 사태와 암호화폐 가격 급락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줄줄이 파산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 헤지펀드 쓰리애로즈캐피털(3AC)의 청산 명령이다. 여기에 셀시우스 네트워크, 보이저디지털 등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볼드 역시 이달 초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낙관론도 제기됐다. 소형 업체들이 채굴 경쟁에 밀려 도태된다는 것은 대형 업체들에게 희소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레빗 최고경영자는 살아남은 업체들의 채굴 효율성이 늘어난다며 "이는 결국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에너지 비용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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