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보다 비싼 전세…수도권에서도 ‘속출’
확정일자 필수·선순위 저당권 말소 특약도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매, 전세 등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방에 국한됐던 깡통전세 우려가 수도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검산동 성원포레스타운 전용면적 59㎡는 지난 5월 1억6400만원에 매매됐는데 지난달 해당 매물의 전세는 1억6500만원에 계약됐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100만원 더 높은 것이다.
파주시 문산읍 두산위브 전용 84㎡는 지난 5월7일 2억48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약 열흘쯤 뒤인 같은 달 19일 2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800만원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9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기 안성시 당왕동 대우경남 전용 59㎡는 지난 4월 1억6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지난 5월 이보다 1000만원이 비싼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서울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면적을 위주로 깡통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푸르지오시티 전용 20㎡는 지난 7일 2억원에 전세계약이 됐는데 해당 매물은 전세계약 이전인 지난 5월에 1억9900만원에 매매됐다.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100만원 더 높게 계약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80%를 초과하게 되면 깡통전세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해서 당장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낮거나 같더라도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최근 흐름상 신규 매매계약 시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율은 지난 5월 기준 63.8%다. 그중에서 광양, 포항 등 지방은 85%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권에서는 안성이 75.6%를, 여주가 84.2%를 기록하는 등 대체적으로 높았다.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집값 하락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전세가율 역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깡통전세가 증가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1595건이며 금액은 총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만 집계되기 때문에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가 겪은 피해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을 선별해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전세사기와 같은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겠다"고도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달 전세사기 피해자 등과의 간담회에서 전세 사기 피해 예방·지원 종합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내년 1월까지 6개월간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한다. 본부 신설을 통해 깡통전세·무자본 갭투자 등 불법행위의 강력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토부 역시 전세가율이 급등하거나 경매 낙찰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은 지역 등을 위험지역으로 선정하고 경찰과 합동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할 때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기본적으로는 전세 계약 이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춰야 하며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또 매물을 알아볼 때 전세가율이 너무 높은 단지는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함 랩장은 이어 "계약 시 선순위 저당권 금액을 없앨 수 있는 특약을 계약서에 잘 반영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임차인이 본인의 전세 보증금을 통해 집주인의 선순위 저당권을 말소해서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