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옥 한동대학교 객원교수/전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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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옥 한동대학교 객원교수/전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인재를 잘 써야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러·우전쟁과 미·중갈등은 자율주행의 시대와 신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빠르게 전개 시키고 있다. 전통 산업에는 인력이 과잉인 반면 새로운 산업에는 일할 사람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미래를 대비하여 교육과 인재양성은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역사는 계속 반복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문인력은 경기 상황과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인사가 만사가 되고, 인재가 국가 경쟁력이 된다.
한국은 자원 부족국가라는 한계를 인재 육성을 통해 극복하여 세계 경제 강국이 되었다. 급격한 에너지 산업구조 변화의 시대에 원전전문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은 정부정책의 1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에 발표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전체 공공기관(350개)을 대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며 금년 말까지 조직 및 정원의 조정 등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11년 전인 2009년 8월경 ‘원전수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 이명박(MB)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정원감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그 날 회의의 핵심주제는 ‘만약 수개월 후에 원전 수출계약이 체결된다면 무엇을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하는가’ 였으며, 이에 대한 참석자 대부분의 건의사항은 ‘원자력 전문인력을 빨리 확보해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안전과 고효율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원자력산업의 특성상 전문가를 키우려면 대졸입사후 최소한 2∼3년이 필요하며, 2009년 연말에 만약 수출계약이 성사된다면 "지금 당장 정원을 늘리고 신입사원을 뽑아도 전문가 키우는 시점은 이미 늦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한수원 등의 국내 원자력공공기관은 원전의 안전운영 및 수출에 대비하여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의 정원감축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력하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예외없는 일괄 정원감축목표에 따라 원자력의 특성과 상황이 특별히 고려되지 않았으며 한수원의 경우 정원이 8000명에서 1000명이나 줄어들었다. 당시 MB정부는 원전 진흥정책에 따라 제 1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30%를 차지했던 원전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끌어 올리는 원전 진흥 목표를 뚜렷하게 세운 바 있으며, 2009년 12월에는 UAE 원전수출계약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분야에 대규모 정원감축이 실행된 것이다.
결국 한수원은 정원이 줄어든 상태에서 고리1호기 등 20기 가동원전의 안전운영과 신고리 원전1·2호기 등 8기 신규원전의 시운전·건설 그리고 4기의 UAE 수출원전의 건설까지 감당해야 했다. UAE 원전 프로젝트에는 전문가를 우선 배치해야 하므로 정원이 줄어든 국내 원전에서 경험인력을 뽑아서 UAE 원전 건설팀 등으로 이동했다. 발전소 결원을 충당키 위해 선발한 일부 신입사원은 소정의 교육훈련을 거쳐서 국내원전에 배치하여 공백을 메꾸는 비상상황이 계속되었다.
결국 국내 원전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대책에 대한 많은 도전을 받게 되었고, 2012년 이후 품질서류 위조, 납품비리, 잦은 고장정지 등으로 인하여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0∼2011년까지 국내원전 평균이용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90% 이상을 유지하다가 2012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65∼85%로 내려앉아 아직까지 90% 수준에 못 오르고 있는 데, 이는 2009년 대규모 정원삭감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다고 판단된다. 오죽하면 MB도 2012년 원전 안전대책을 보고받는 중에 "한수원에 투자를 더하라"는 지시를 내렸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의 탄소중립시대를 이끌며, ‘원전 최강국 도약’과 ‘원전 10기 수출’의 꿈을 피력하고 있다.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다행히 새 정부의 ‘혁신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정원감축을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배제하고, 기관별 특성 및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혁신계획을 수립하는 상향식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자력 공공기관의 정원 감축은 공공성이 높은 원전 안전운영과 연구, 수출업무에 대한 특수성과 상황을 고려하여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함을 주문하고 싶다.
한수원을 포함하여 모든 원자력 공공기관은 ‘새정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중복기능, 과다한 인력, 불요불급한 자산 등의 방만경영요소는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원전 최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로서 안전운영, 신규원전 건설, 원전 계속운전, SMR(소형모듈 원자로) 개발, 고준위방폐장 확보 등의 현안들을 적기에 추진하기 위한 인력운영계획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것이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이탈한 경험인력과 원자력전공 대학생들이 돌아오고, 중소기업군의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원자력산업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원전 평균이용율도 90%이상으로 회복해서 원전 최강국의 명예를 되찾고, 해외 수출도 활발하게 성사되어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