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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IPO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증시 부진으로 목표했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CJ올리브영의 상장 일정은 내년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상장 예비심사에 2개월(45거래일)이 소요되는 만큼 예심 청구가 올해 10월 안에 이뤄져야 하지만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모건스탠리를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 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시 회사 측이 기대하던 예상 몸값은 약 5조원 수준이었다.
앞서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했다. 예상 기업가치는 약 10조원 수준이었다. 뒤를 이어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도 수요 예측 부진을 이유로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지난달에도 현대오일뱅크는 증권신고서, 올리브영은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상장 철회·연기 의사를 밝혔다. 시장이 예상하는 두 기업의 몸값은 각각 10조원, 4조원 수준이다.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는 몸값을 40% 이상 낮추고, 증시에 입성했다.
쏘카는 이미 시장에서 예상하던 몸값(2조~3조원)의 절반으로 IPO에 나섰다. 쏘카는 지난 4~5일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고, 시장에서는 ‘기대 이하, 흥행 실패’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쏘카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가 대다수가 공모가 희망밴드(3만4000~4만5000원)를 한참 밑도는 2만5000~3만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치 1조 원 사수에도 실패한 셈이다.
쏘카가 상장을 강행하면서 케이뱅크, 컬리 등 예비 장외 ‘대어’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컬리는 쏘카에 이어 두번째로 유니콘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IPO 도전을 하고 있고, 지난 3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달 초에는 컬리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지분에 대한 6개월~2년 보호예수를 걸겠다는 확약서를 제출, 상장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서라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상장 예심 단계에서 기업가치 5~6조원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으로 인해 현재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에서 2조원대 중후반대로 줄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컬리는 상장 철회보다는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나오면 6개월 안에 상장해야한다는 조건 하에 전략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상장을 철회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투자받은 터라 상장을 해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올해 안에 증시 입성 계획을 잡고 있다. 상장예비심사가 9~10월 중 승인된다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공모주 투자를 통해 공모가 대비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쏘카는 물론 컬리와 케이뱅크도 지난해에 비해 추정 기업가치가 대폭 떨어지고 있는 만큼 공모 구조나 몸값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hn7704@ekn.kr

